“우리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의료를 함께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근 한국 의료는 전례 없는 갈등과 혼란 속에 놓여 있다. 의료 인력 문제, 필수의료 붕괴, 지역의료 격차,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논쟁까지, 개별 정책을 넘어 의료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을 방치할 경우 10년 후 우리 사회는 GDP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이 두 배로 급증해 사실상의 ‘의료 파산’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고 나오고 있다.
'위기의 한국의료, 함께 다시 그리다'는 이러한 위기를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진단하고, 새로운 의료의 방향을 집단적 지혜로 모색한 책이다.
이 책은 환자·의료공급자·의료소비자·정책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한 ‘의료공동행동’의 논의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의료소비자-의료공급자 공동행동’(의료공동행동)은 한국의료의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의료소비자(시민·환자 단체)와 의료공급자(현장 의료진·전문가)가 ‘환자 안전’과 ‘지속가능한 의료’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결성한 자발적 연대 기구이다. 서울의대 강희경 교수, 오주환 교수, 오승원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 의료가 직면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의료소비자의 경험에서 출발해 국민건강권의 실질적 보장 여부를 묻고, 중증질환 치료 이후 회복과 돌봄의 공백,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 의료분쟁 대응 방식, 지역 기반 일차의료와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구조 개혁, 전공의 수련체계 개선,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통합돌봄까지 의료 시스템 전반을 포괄한다. 각 장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의료 위기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 돌리는 접근을 넘어, 의료를 사회적 공공 인프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의료는 시장에 맡기는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이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국가의 책임,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 환자의 경험과 참여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저자들은 "2024년 의정 갈등 사태를 계기로 서로 다른 위치의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며 시작된 숙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의료 정책서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라며 "한국 의료가 높은 접근성과 기술 수준이라는 성취 뒤에 구조적 피로와 균열을 축적해 왔으며, 이제는 부분적 개편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소개한다.
이어 "이 책은 하나의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10년 후 더 나은 의료를 위해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갈등의 언어 대신 숙의의 언어로, 단기 처방 대신 구조적 해법으로 한국 의료의 미래를 논의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