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실손보험 보장 대상을 비급여 항목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비급여 의료비 관리 및 실손보험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형선 소장 "비급여·실손보험 적절한 관리 필요…민영건강보험 '보충적 성격·공보험 교란 금지 의무' 명시화 제시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정형선 소장은 "GDP 내 국민의료비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비급여와 실손보험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실손보험료∙국민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강보험과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민의료비의 GDP 비중은 2006년 4.8%에서 2022년 9.7%로 2배 이상 뛰었다. 정 소장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3년에는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소장은 특히 본인부담률이 50~90%에 달하는 '예비급여'는 선택성이 큰 항목인 만큼 의료남용과 실손보험료의 인상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소장은 "민영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충보험으로서의 선을 넘어서는 안 됨을 선언하고, 합당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규모나 가격의 변화와 편차가 큰 항목 중에서 선택성이 크고, 실행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혼합진료(병행진료)를 모니터링해서 건강보험의 재정을 보호하고 실손보험이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민영건강보험의 '보충적 성격'과 '공보험 교란 금지 의무'를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하고, 실손보험의 심사청구절차의 확립(간소화)과 공적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소장은 "비급여와 병용·혼합한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되는 항목을 정해서 건강보험의 재정을 보호하고 실손보험의 관리 영역을 가시화한다"며 "백내장 다초점렌즈, 도수치료 등 규모나 가격의 변화와 편차가 큰 항목 중에서 선택성이 크고, 실행가능성이 높은 품목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비급여 상품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문재인 케어를 통해 행위에 있어 보장할 것은 대부분 급여 항목으로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교수 "공보험 가지는 한계 명확…실손보험, 보완적 측면에서 적절히 활용해야"
반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실손보험이 공보험의 보완적 기능을 하고 있다며 적절환 활용을 주문했다. 동시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은 상태에서 실손보험은 환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다만 급여 진료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와 실손보험이 결합하면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가속화해 보험 재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실손보험이 의료시장을 왜곡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지 말고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실손보험 가입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정책을 개발하고 공급자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실손보험 관련 정책 중 선행돼야 할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본인 부담율을 감소”라며 “국민이 지불하는 건강보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원 다각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비급여 항목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비급여 정보의 투명화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보고된 비급여 항목뿐 아니라 전체 비급여 항목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과학적 검증을 통과한 비급여의 경우 현재 보고 주기를 유지하더라도 그 외의 경우는 진료 내역 보고 주기를 매월 단위로 단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중 근거가 미흡한 치료방법은 퇴출시켜야 한다"며 "검증을 통과한 항목만 표준 금액으로 비급여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의료소비자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의료기관 내 전자게시판에 상시 공지해야 한다"고 했다.
건국대 김원식 명예교수는 비급여 특약이 아니라 건강보험본인부담 실손보험과 비급여 실손보험으로 완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은 사실상 건강보험의 리스크 관리를 받지만 비급여는 리스크 관리가 없다"며 "이를 하나의 패키지에서 판매하다보니 급여와 비급여 간의 상호 의료비 상승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보험의 보충적 성격과 공보험 교란 금지 의무를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은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다양한 계층의 의료만족도를 개선할 수 없다"며 "오히려 민영건강보험의 다양한 상품개발로 국민 의료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제도를 공공제도의 하부구조로 법규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단일 실손보험 시스템을 보험사의 특성에 따라 자율화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