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의약품의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았다면 환자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장기 처방, 설명의무 위반 과실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A씨는 2012년 2월 월경통을 호소하던 환자(26)가 기존에 복용하던 진통제 타이레놀이 효과가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하자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야스민을 3개월치 처방했다.
야스민은 드로스피레논 함유 피임약으로, 다른 약제보다 혈전색전증 부작용 위험성이 높고, 폐혈전색전증이 발생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약제다.
환자는 과거 편두통과 난소제거술, 자궁내막 근종 진단을 받은 병력도 있었다.
검찰은 "의사는 병력을 문진하고, 혈전색전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한 후 복용 도중 다리가 붓고 저리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의 혈전증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내원할 것을 고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야스민의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고, 3개월분의 야스민을 처방해 두달 후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간질환자, 편두통 환자가 야스민 신중 투여 대상자에 포함되는 이유는 편두통 예방 목적으로 투여하는 간질치료제나 간질치료 약물들이 경구피임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피임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어 피임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하지만 피임 목적이 아닌 월경통 치료를 위해 처방한 경우 위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은 "폐혈전색전증은 서구에 비해 국내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질병인데다 환자는 사망 당시 26세 젊은 나이였으며, 폐혈전색전증과 관련된 직접적인 병력도 없었다"고 환기시켰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볼 때 A씨가 3개월치 야스민을 처방한 것을 과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설명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 없다"
법원은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법원은 A씨가 야스민을 처방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점을 인정된다.
다만 법원은 "식약처가 야스민에 대해 혈전 발생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시기는 A씨가 환자에게 야스민을 처방한 이후인 2012년 4월 13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약을 조제한 G약사는 환자에게 피임약의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구토, 어지럼증, 복용 중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부작용이 발생하면 복용을 중지하고 병원이나 약국 등에 문의하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폐혈전색전증 발생을 초래한 과실과 동일시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