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의원님, 의사를 긴급 체포하고 형량을 높이는 것도 의사의 목을 옥죄어 불법(?)을 근절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만 달콤한 사탕으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의사를 유혹하는 제약회사는 어찌하실 건가요?"
자신을 공중보건의사라고 밝힌 의사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는 최근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인재근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하고, 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의료인이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취득하면 현행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한 우려가 있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으면 영장 없이도 체포할 수 있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긴급체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의사는 "복지부에서 일괄 정하는 복제약값이 현재 약값에 비해 상당히 많이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어찌 복제약값이 오리지널 약값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높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복제약 구조가 이런 상황인데다 제약회사는 리베이트로 적발되더라도 소액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고, 의사들 역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다보니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약가를 인하해 제약회사가 망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느냐"면서 "복제약가가 높으니 연구개발에 더욱 더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약값을 인하하면 환자의 부담은 훨씬 덜해질 것이고, 건보재정은 더 탄탄해질 것이며, 남는 재정으로 보장성을 확대해 나가고 졸속으로 만든 의료보험수가도 조절해 박리다매, 3분진료의 막을 내리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인재근 의원에게 질문했다.
그는 "불법(?)에 대해 한 말씀 더 드리면 '붕어빵 하나에 3백원, 4개 사면 천원'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리베이트 아니냐"면서 "삼성디지탈프라자에서 많이 사면 청소기 하나 끼워 주지 않느냐, 일반음식점도 지역주류 도매상과 공급 계약하면 업소용 냉장고 개업일에 맞춰 넣어 주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복지부에서 같은 효과라고 허가해 주고 가격까지 맞춰 준 복제약인데 리베이트를 받고 쓰든 안쓰는 국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하느냐? 리베이트를 받고 쓰는 복제약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주고, 심평원이나 복지부가 실사 압박을 가하면서 오리지널 쓰지 말라고 해서 쓰는 복제약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의도와 취지는 좋지만 한 직군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법보다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의사는 자신의 SNS에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수술하는 와중에 긴급체포될 수 있다는데 의사가 간첩이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