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8일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인력 수급개선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등 의사 수 확대를 추진하는 행보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공동으로 발표했다. 대전협은 의사의 과로사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의사 수만 늘려 해결하려는 병협의 행보에 대해 '피해자 재생산'이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의사 수 증원만으로는 과로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급속 성장을 지탱하는 기형적 구조와 과도한 노동으로 한국 의료계가 연일 시름을 앓고 있다.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며 한 사람의 의료인이 책임져야 할 환자 수는 급격히 늘어났으며 그 숫자 뒤로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과도한 노동은 언급도 없이 사라졌다"며 "병원이 공장처럼 변해가는 현실에 의료인력의 지속적 수급 부족은 환자 안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그러나 병협의 연이은 묵과로 더욱 커져 버린 작금의 문제를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에 우리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추가 인력 고용과 진료 환자 수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교수, 전임의, 전공의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자는 누구인가. 수익과 실적 등으로 압박을 받아야 하며 과로했던 그들을 방치했던 것은 정녕 누구 책임이란 말인가. 불가능에 가까운 교육과 피교육이 악질적인 체계 안에서 어떻게 이뤄지는가. 무엇이 의료인의 과로를 지속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가"고 말했다.
대전협은 "의사들이 과로에 처한 이 현실이 과연 의사가 부족해서인가, 의사 인력이 불균등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인가. 의료 최전선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한 필수의료 인력이 점점 부족해지는 가운데 수련을 포기하거나 다른 과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후배 의사들을 보고도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병협에 묻는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도 여전히 현장의 고통은 오롯이 전공의에게 전가되고 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과 생존을 위한 주 80시간, 연속근무 36시간 제한은 과도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2년 전공의 과로사 이후에 2016년 전공의법 시행에 이르기까지 병원 경영의 체질 개선을 위해 그간 대한병원협회는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해왔는가"라고 호소했다.
대전협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전공의 수련보조 비용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어야 했으나, 오히려 의료기관 내 무면허의료행위를 포함한 온갖 불법 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병원 경영자들은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닌 그저 값싼 노동력으로 간주한 것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사람에 의한 지표를 넘어 사람을 위한 지표를 강조해야 할 시대에 가해자의 피해자 재생산을 유도하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저버리는 정책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며 "함께 힘을 모아 관계 당국에 의료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벅찰 때 되려 당신들의 사익을 위해 의사 수 증원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황당한 주장을 하며 일말의 양심에 따른 책임 있는 행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데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이에 우리는 경영 지표에만 집착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병협의 행보를 강력히 비판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