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김상희(왼쪽) 건강정책국장이 의협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모습
대한의사협회가 보건소에 한의사를 추가 배치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의사협회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 김주형 공동위원장, 이성우 정책이사는 1일 보건복지부 김상희 건강정책국장을 항의 방문해 보건소장 자격 범위 확대, 보건소의 한의사 추가 인력 배치 등을 담은 지역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지역보건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의사 보건소장을 충원하기 곤란하면 지방공무원 임용령 별표 1에 따른 보건, 식품위생, 의료기술, 의무, 약무, 간호, 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의사 보건소장을 충원하기 어려우면 '보건의무' 직군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는데, 향후 관련 직렬을 약사 등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복지부는 보건소 전문인력 중 한의사의 경우 농어촌지역에 한해 배치하도록 한 지역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 도시지역 보건소에도 배치할 방침이다.
"보건소 기능 축소 약속 지켜라"
이날 면담에서 의협은 "한의사는 감염병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제2의 메르스 발생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한의사를 추가 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보건소의 진료 기능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보건소는 진료 기능을 지양하고 질병 예방 등에 초점을 둔 정책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보건소 사업을 추진해야 함에도 한의사를 통해 근거가 미비한 한방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의협은 "보건소장 자격 범위를 식품위생 등 비전문가 직렬로 확대하는 것은 의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법령 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협은 보건소의 건강생활지원센터가 진료 기능 위주의 선심성 행정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상희 건강정책국장은 "보건소가 진료 기능에 집중하면서 일차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보건소가 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일차의료기관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김 국장은 "건강생활지원센터는 진료기능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