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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 수술실 CCTV 설치 임박…수술 안하는 반쪽 짜리 외과의사로 살고 싶다

    [칼럼] 조성윤 미래의료포럼 발기인·뉴고려병원 진료부장

    기사입력시간 2023-09-04 04:13
    최종업데이트 2023-09-04 04: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유튜브를 처음 촬영했던 날이 기억난다. 어차피 생방송이 아니고 녹화인데다 당연히 첫 촬영은 편집당할 것이니 편하게 마음껏 말해보라고 했던 PD 이야기를 듣고도 얼굴은 얼어붙었고 말은 꼬였다. PD와 아나운서 출신 강사까지 동원돼 코칭을 받은 다음에야 어느 정도 촬영이 가능했다. 구독자 7만명을 보유한 유튜버로서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도 할 말을 하고 웃기도 하지만, 여전히 카메라를 들이대면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의료기관 수술실 CCTV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유예기간 2년을 거쳐 2023년 9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개정안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랑스럽게도 이 법은 세계 최초 시행이다.

    예외 조항도 있다. 응급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정하는 전문 진료 질병 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전공의 법에 따라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 시행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천재지변,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수술실 CCTV 설치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는 이런 예외 조항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안다고 하더라도 CCTV 촬영 내용이 없다면 당장 병원이나 의사를 의심할 것이다. 지금 현재는 수술실 CCTV가 존재하지 않는 병원에서도 CCTV 영상을 내놓지 않는다며 병원에서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욕하는 환자도 보호자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의학 드라마처럼 2층에서 1층 수술실을 내려다보며 수술실을 지켜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다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신 것 같다.

    세계 최초 수술실 CCTV 설치,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대리 수술, 성범죄를 일으킨 의사들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쁜 사람들이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면 그것은 입법부, 사법부에서 나서서 나쁜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받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욕하면서 제대로 된 방망이 만들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제 있는 의사를 의사협회 내부에서 자율징계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소수의 비윤리적인 동료 같지도 않은 동료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으니, 내부에서 해결해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그나마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나도 찬성이다. 사법적인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협회 내부에서도 징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의사 회원으로 동등하게 대우해 주기는 싫다. 부끄럽다. 현재는 의사협회에 그럴 권한이 없다.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에서 징계한다.

    요즘 수술하는 젊은 의사가 부족해서 위기 상황이다. 수술실 CCTV가 젊은 의사들을 수술실로 불러들일지, 멀어지게 만들지는 자명하다. 경험이 쌓여 제법 수술에 익숙해진 나조차도 살 떨리는 수술실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다. 정말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방법보다는, 책 잡힐만한 의료인의 행동이 CCTV에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수술의 최대 목표가 될지 모른다. 소위 방어 수술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일인데 CCTV 설치 및 관리는 병원이 해야 한다. 수술실 CCTV는 환자의 신체가 노출되는 민감한 개인 정보인데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또 병원에 떠밀어넘긴 것이다. 정부에서 직접 설치하고 직접 관리하던지, 직접 하기 힘들면 외부 용역으로 정부 돈을 들여서 해결해야 할 텐데, 정치인들이 국민들 부추겨서 수술실 CCTV 만들어놓고, 그에 대한 비용이나 수고는 왜 병원에 떠넘기는지 모르겠다. 일부 비용만 보조해 주고 문제가 생기면 또 병원에 책임을 물을 것 아닌가? 그리 하고 싶으면 정부가 설치하고 운영하고 책임지는게 맞다.

    나쁜 의사가 원인을 제공하고,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언론이 거들어서 환자들은 CCTV 아래에서 수술받게 됐다. 방어수술이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 나는 이제 수술을 안하는 반쪽 짜리 외과 의사로 살았으면 한다. 카메라 아래에서 수술할 만큼 방송 체질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