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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61% “본인부담 늘면 동네의원 덜 갈 것”…의협 “외래정액제 개선해야”

    65세 이상 68.8% 본인부담 증가 ‘부담’…의협 “제도 개선으로 되레 건강보험 재정 아낄 수 있어”

    기사입력시간 2026-09-30 22:02
    최종업데이트 2026-09-30 22:02

    의협 노인외래정액제 및 의료급여 관련 특별위원회 최운창 위원장. 사진=의협 유튜브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노인외래정액제에 따른 본인부담금이 늘어날 경우 65세 이상 국민 10명 중 6명은 동네의원 이용을 줄일 것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노인외래정액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비 상승에 따라 고령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인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때 총진료비가 일정 금액 이하인 경우 정해진 금액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진료비가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정액이 아닌 정률 방식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65세 이상 환자의 의원급 외래 총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본인부담금이 1500원이지만, 1만5000원을 넘으면 2만원까지 10%, 2만원 초과~2만5000원은 20%, 2만5000원 초과 시 30%를 부담한다. 이에 따라 총진료비가 2만원에서 2만원을 조금 넘는 순간 본인부담금이 약 2000원에서 4000원으로, 2만5000원을 넘으면 약 5000원에서 7500원으로 늘어난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노인외래정액제는 어르신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필요한 진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라며 “경제적 부담으로 진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려면 변화하는 의료환경과 실제 의료이용 여건을 반영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며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물론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지, 의료기관이 환자 상태에 맞는 진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65세 이상 68.8% “본인부담 증가 부담”…61.3% “의원 이용 줄일 것”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코리아리서치를 통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100명을 대상으로 노인외래정액제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진료비 인상에 따른 노인 본인부담금 증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3.5%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68.8%로 전체보다 15.3%포인트 높았다. ‘보통이다’는 26.2%, ‘부담스럽지 않다’는 5%였다.
     
    본인부담금이 증가할 경우 동네의원 이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도 절반을 넘었다. 전체 응답자의 57.9%가 ‘줄어들 것 같다’고 답했고, 65세 이상에서는 61.3%였다.
     
    동네의원 이용 감소가 노인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은 전체의 59%, 65세 이상에서는 66.7%로 나타났다. 다만 의협은 이번 조사가 실제 의료이용 감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본인부담 증가에 따른 국민의 예상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말∙공휴일∙야간 진료 시  늘어나는 본인부담금을 완화해 의료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도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65세 이상에서는 71.3%로 더 높았다. 주말∙공휴일∙야간에는 시간외 가산으로 총진료비가 올라 정액제 구간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본인부담금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현행 노인외래정액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 61.9%, 65세 이상 64.9%였다. 특히 본인부담금이 특정 진료비 구간에서 급격하게 변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 48.5%, 65세 이상 56.7%로 조사됐다.
     
    의협 노인외래정액제 및 의료급여 관련 특별위원회 최운창 위원장(전남도의사회장)은 “현행 제도는 진료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본인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로 인해 제도적 한계와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진료비 구간에 따라 크게 달라지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민원이 반복되는 등 의료현장의 혼선과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본인부담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기보다는 본인부담의 급격한 증가와 구간별 절벽 현상을 완화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진료비 구간과 본인부담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의협 유튜브 채널 중계 영상 갈무리

    토요일 진료비 1500원→5000원 되자 환자 급감…진료 미루기도
     
    의료현장에서는 본인부담금 증가가 실제 고령 환자의 의료이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협 노인외래정액제 및 의료급여 관련 특별위원회 김문수 부간사(전남의사회 정책이사)는 자신이 진료하는 지역의 사례를 들며 “지난해부터 토요일에 실제 진료 내용대로 비용을 받기 시작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나자 토요일 환자가 30~50% 줄었다”고 했다.
     
    그는 “환자들이 1500~2000원을 내다가 갑자기 4500~5000원을 내게 되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토요일에는 비용이 더 나온다는 이유로 불편해도 금요일부터 참고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 입장에서는 2000원을 내다가 4000원을 내는 게 큰돈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1500~2000원에 익숙한 고령환자는 4500원, 7000원으로 올라가면 ‘이 돈이면 평소 두세 번 병원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진료를 주저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노인외래정액제의 기준이 진료비와 물가 상승 등 변화한 의료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인들의 의원 이용을 억제해 단기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 일차의료 접근성을 높여 질환의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 좌훈정 부회장은 “과거에는 1만5000원의 진료비 기준 안에서 진료와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수가가 오르면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정액제 구간을 벗어나게 됐고, 이후에는 진료 후 근육주사 한 대만 맞아도 정액 구간을 이탈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급속한 인구 고령화 시대에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오히려 일차의료를 강화해 문턱을 낮추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미리 살펴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한편, 의협은 앞서 지난 8월 13일부터 한 달간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총 4만9196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향후 의료현장의 실제 사례와 이번 인식조사 결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