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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에 몰리는 의대 인재들...노벨상 수상할 의사과학자 길러내려면?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설명회' 참석 전문가들 "지속적 관심∙투자와 사회적 인식 변화" 주문

    기사입력시간 2021-05-28 07:07
    최종업데이트 2021-05-28 07:07

    사진=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임상이 아닌 연구를 맡고 있는 의사과학자, 앞으로 더 늘어나고 실제 자리에서 충분히 역할을 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27일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설명회’에서는 미래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 리더 양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은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기초의과학, 자연과학, 공학 분야 등의 융복합 연구를 하는 임상 의사에게 연구 및 학위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9년부터 시행 중이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온 학술의학(Academic Medicin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병원은 의학 지식 중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한정된 의학 지식의 범위를 더 넓혀 최상의 환자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술의학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자의 길을 택하기 쉽지 않은 국내 여건 상 대부분의 의대 졸업생들은 임상 진료로 방향을 잡는다. 국내에서 의사과학자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반면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실제 1901년부터 2021년까지 수여된 603개의 노벨상 중 미국은 절반을 훌쩍 넘는 388개를 수상했는데 그 중에서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만 102명에 달한다.

    미국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의학연구의 총사령탑으로서 역할을 한  국립보건원(NIH)의 공이 컸다.

    한 이사장은 “미국이 가져간 102개의 노벨생리의학상 중 국립보건원(NIH)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진행된 연구가 97개나 된다”며 “호가심 많은 의사들에게 심도 있는 기초 연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과학적 연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NIH는 단순히 연구비만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며 “산하의 NIGMS를 통해 고등학생부터 전주기에 걸쳐 리서치 트레이닝을 운영해 연구 인력을 길러내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05년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의사과학자 양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이사장은 “이 같은 문제는 결국 한국 보건의료 연구에서 R&D 총사령탑 역할을 할 곳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며 “현재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보건의료 R&D를 미국의 NIH나 일본의 AMED처럼 총괄할 곳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근 정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의료계가 적극적 참여로 부응한다면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민구 연세의대 교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참여 중인 연세대학교 컨소시엄의 책임자인 이민구 연세의대 교수 역시 의사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연세의대는 의대생들 대상 연세 의과학자 육성 사업을 시작으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전공의), Physician-Scientist 프로그램(전일제 대학원생), 기초연수프로그램∙중개연구교수∙세브란스 선도연구자 양성 프로젝트(조교수∙강사)를 통해 전주기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의사과학자 프로그램 졸업생 중에는 벤처 투자회사에 들어가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도 있다”며 “임상 지식을 통해서는 산업적 가치를, 과학 기술 지식을 통해서는 각 과정에서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80% 정도의 졸업생은 임상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지만, 임상만 했던 이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연구들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사과학자 육성 사업을 통해 습득한 기초과학 지식이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하는 데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나는 기초과학자로서 연구를 하다가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메커니즘에 호기심을 갖는 데 반해 임상에서 온 학생들은 동일한 현상을 보고도 특정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가치가 큰 연구를 만들 수 있단 의미”라며 “노벨상도 결국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얼마나 세상을 바꿨는가에 따라 수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민구 교수는 최근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요즘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로만 가기 때문에 앞으로 과학 기술 발전에 악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는 사회적 우려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의대로 온 똑똑한 학생들을 과학기술 교육을 시켜 훌륭한 연구자로 만드는 것이 정부와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