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새해 대대적인 입원적정성 심사 개혁에 나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심사일수 증가와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심평원은 법률 개정을 통해 입원적정성 심사에 필요한 비용을 건강보험재정이 아닌 수사기관이 부담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도 준비 중이다.
2021년 심사 미결건수 2만949건…인력 4배 충원 필요
한국법제연구원과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3일 '입원적정성 심사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심평원 측에 전달했다.
현재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는 연 평균 1만5000건으로 심평원 목적 외 사업임에도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인력이나 예산 등 비용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되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심사처리 일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인력 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입원적정성 심사에만 683일, 즉 약 2년이 소요되며 이 때문에 당해년도 접수 건수에 대한 처리가 당해년도에 처리가 어렵다.
2021년의 경우 미결건수가 2만949건에 달하며 미결건수가 가장 많았던 2019년엔 3만4608건에 달했다.
현재 입원적정성 심사를 위해 전체 25명의 인력이 업무를 수행 중이지만 연구에 따르면 현재보다 약 4배 이상의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재 약 600일의 심사 처리 일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루 건 당 1.9건의 처리가 가능한 상황인데, 이를 최대 7.2건으로 늘리고 심사 기간도 180일로 줄이기 위해선 현재의 3.8배 인력을 늘려 95명까지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연간 필요 경비는 약 115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법 개정 통해 입원적정성 심사 비용, 건보재정→수사기관으로
입원적정성 심사를 위한 자료 공유 체계가 부재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관련 기관인 심평원과 사법기관, 금융감독원이 심사를 위해 협력하지 못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법기관, 금융감독원, 심평원을 포함해 민간보험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해집단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산출 가능한 주요 자료의 검토와 필요자료를 목록화하고 데이터베이스 공유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민간보험사 등의 콘텐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보험 심사시스템 도입과 개발이 참고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보고서는 "자료가 효율적으로 공유된다면 입원적정성 심사와 사법기관 수사결과 등의 연계성과 효과성이 조기에 파악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 자료를 통한 보험사기 관련 입원의 현황과 사례, 비용 등 분석이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의 가중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 효율을 위한 법령 정비 검토도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심사평가원의 업무에 입원적정성 심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도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를 위탁업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입원적정성 심사에 따른 인건비나 비용 등 부분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심평원이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절차와 방식, 비용의 산출과 부담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이 법률상 부재하다"며 "지속가능한 심사를 위해 비용지급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입원적정성 심사 비용은 국가예산편성을 통해 수사기관이 부담하는 것이 원론적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보고서는 "수사기관이 업무의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급하도록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심평원의 업무부담을 덜어낼 수 있고 업무협조의 원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