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임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비과학화, 비표준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지 않은 한의학은 인공지능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되고 있다.
한약진흥재단이 주관하고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남인순 의원이 주최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한의임상정보화포럼'이 2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의학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인공지능과 결합해 한의임상 발전을 위해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표준화 불가능한 한의학,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계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하는 정보기술의 한 분야로, 대량의 표준화된 데이터가 기본이다.
가천대 길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인공지능 '왓슨'은 뉴욕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의 데이터 베이스와 290여종의 의학저널 및 문헌,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 등을 습득했다.
이러한 방대한 표준화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세컨 오피니언으로서 환자에게 치료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
여기서 한의학이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의학은 현재 어떠한 표준화작업도 거치지 않았다.
이날 포럼에서 한의학 전문가들조차 한의학의 표준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했다.
가천대 한의대 김창업 교수는 "한의학의 컨텐츠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며, 인공지능 또한 한의계의 합의가 이뤄진 빅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전에도 한의학의 과학화를 시도했지만 밝히지 못한 것처럼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패턴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한의사들은 표준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대 한의학 전문대학원 최준용 교수도 한의원에서는 침과 한약의 처방, 변증 관련 데이터를 지적재산권으로 보고 공개하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주대 의대 박래웅 교수도 "2013년 한의학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위해 용어를 확인한 결과 맵핑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면서 "한의학을 표준화하기 위해 보면 막상 쓸 수 있는 것이 없어 불완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의학의 용어 또한 표준화 작업을 위한 필수요소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불완전한 표준화, 그래도 GO?
한의학의 표준화가 어려운 이유는 의학처럼 과학적인 근거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의사마다 사용하고 있는 침구, 약침, 뜸, 한약 등이 다르고, 그 처방(비방) 역시 제각각이어서 표준화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처럼 한의학 표준화의 어려움은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불완전한 표준화라도 일단 데이터화시켜 점차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정원모 연구원은 "그렇다고 표준화를 하기 위해서 모든 기관을 기다려줄 수는 없으며, 일단 모아져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표준안을 제시한 후 여러 한의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OBSKorea 의료연구소 김한석 소장은 "모두가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한방에서는 미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표준화 작업이 덜됐더라도 결국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을 증거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을지대 의료 IT마케팅학과 강민수 교수는 "한의학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자기 학습이 이뤄지고, 과학적 근거가 개발된다면 동의보감을 뛰어 넘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표준화 되지 않은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이러한 불완전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이해시킬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데이터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실제로 사용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