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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내과 교수 법정구속 판결문 확인해보니…"환자 복부 정상 상태, 대장암 의심으로 장정결제 투여"

    재판부 "장폐색 환자에게 금기되는 장정결제, 부분 장폐색 영상결과 고려해 신중하게 투약했어야"

    기사입력시간 2020-09-15 07:28
    최종업데이트 2020-09-28 08:4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피고인 A임상조교수는 금고 10월에 처한다. B전공의는 금고 10월과 확정일로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장폐색이 있었던 환자에게 대장암 의심으로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인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들에게 금고 10개월의 판결을 내렸다. A임상조교수는 두 아이의 엄마인데도 도주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돼 의료계가 격분한 상태다.  ​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환자에게 장정결제 투여에 따른 장천공 등의 부작용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해 환자가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장정결제를 투여받을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피해자에게 복부팽만이나 압통이 없고 피해자가 대변을 보고 있다는 등의 임상판단만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장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이 관찰된다는 내용의 영상의학과 판독 소견을 무시하면서 만연히 피해자가 장폐색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장폐색 소견과 장정결제 투여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2016년 6월 26일 오후 8시 30분경 이 병원 간호사들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하도록 한 공공의 과실이 있다. 6월 27일 오후 9시 37분경 피해자를 장정결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인 장천공 등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의료진은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와 합의를 하지 않았고 환자는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형사소송 1심 판결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봤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점(판결문)
    ▲관찰의 결과(피해자의 배가 부드러운지, 복통을 호소하는지 등)는 불과 이틀 전에 촬영한 위 고도 소장 폐쇄 등이라는 영상검사결과에 배치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임에도 피해자의 의무기록지에 기재돼있지 않은 점
    ▲불완전 폐쇄이거나 간헐적이고 반복적인 폐쇄일 경우 배변이 배출될 수 있으며 장폐색이 있어도 대변이 배출될 수 있는데 임상관찰기록에 배변기록은 기재돼있으나 횟수나 양이 정확하게 기재돼있지도 않은 점 
    ▲피해자나 가족들은 바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아스피린 복용 등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뿐 영상검사결과 장폐색이나 그 해소에 관한 임상적 판단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 점
    ▲피해자 측은 당초 시간 여유를 두고 대장내시경 실시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바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병원 측에 주치의 결정이 맞는지 등의 확인을 요구했는데, 피고인들의 임상관찰만으로 장폐색 해소 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면 당직의사로 하여금 배를 만져보게 하는 등으로 재차 장폐색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지시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 때도 피해자 측이나 당직의료진에게 장폐색이나 그 해소 여부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은 점
    ▲장정결제가 부여된 때는 휴일이어서 피고인들이 병원에 부재중이었고 당직의를 포함한 다른 의료진들은 장폐색 관련 장정결제 투여 관련한 주의사항 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들도 당초 시간적 여유를 두고 대장내시경을 하려고 하는 등 대장내시경을 바로 실시할만한 급박한 사정이 없었고 피해자 측에서 바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다시 영상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고려해보지도 않은 점

    피고인들 "환자 복부 정상적, 장폐색 증상 없거나 부분적 상태...대장암 검사 시행"

    사건은 4년 전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2세 환자는 2016년 6월 24일 뇌경색 등을 이유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던 중 복부 엑스레이와 CT 촬영 등을 통해 ‘희맹판을 침범한 상행 대장 종양, 마비성 장폐색, 회맹장판 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이라는 내용의 영상의학과 1차 판독 소견을 받았다. 

    환자의 대장암 치료를 위해 2016년 6월 25일 소화기내과 위장관 파트로 전과됐고 B전공의가 피해자에 대한 주치의로 지정됐다. A교수 지도하에 피해자의 진료를 함께 담당하게 됐다. 

    그 후 피고인들은 6월 25일 이 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를 진찰하면서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약한 후 대장내시경을 실시해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B전공의는 다음날인 6월 26일 오전에 재차 피해자를 진찰한 후 A교수의 승인을 받아 당일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 피해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하도록 처방했다. 

    피고인들은 6월 26일 오후 8시 30분경 이 병원 간호사들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하도록 했다. 장정결제는 다량의 물에 녹여 경구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대변 등 장내 물질이 설사 형태의 다량의 배변을 통해 강제적으로 배출되게 하는 약품이다. 

    하지만 환자는 6월 27일 오전 1시경부터 호흡곤란, 혈압 저하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같은 날 3시 43분에 시행한 ABGA검사(혈액가스검사) 결과 혈액이 심한 산증을 보이고 있었고 11시 20분 복부가 팽만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오후 5시 35분경 CT 촬영결과에서 장천공이 확인됐다. 그리고 나서 6월 27일 오후 9시 37분경 환자는 장정결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인 장천공 등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환자 상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6월 25일 기준으로 환자의 복부는 부드러웠고 압통, 반발통(배를 눌렀다가 빠르게 뗄 때 통증)이 없었다. 복부 청진상 정상 장음이 들렸고 정신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복통, 변비 등의 증상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장폐색이 없었거나 부분적 장폐색 상태였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영상검사결과 대장암이 의심됐고 부분 폐색 또는 불완전 폐색의 경우일지라도 원인 규명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했다. 우측 부위(상행결장)에 폐색이 있었기 때문에 장정결제 투여가 필요했다”고 했다. 

    피고인들은 “장정결제 장정결제를 3시간동안 비위관(L-tube)을 통해 주사기를 이용해 30~50cc씩 조심스럽게 투여했고 그 과정에서 복통이나 구토 등 이상 증상이 없었다. 1리터를 투여한 후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나머지 1리터를 투여했고 투여된 이후 정상적으로 배변했다”라며 “장정결제를 투여한 후에 대변을 문제없이 봤고 복통, 복부팽만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에 장정결제 투약을 결정하고 실시함에 있어서 과실이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고령의 남성 환자이고 뇌경색 등 혈관 질환이 있었으며 대장암 의심소견이 있는 등 장천공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나 위험인자가 있었던 점 ▲장천공이 진단되기 전에 혈압저하, 산소포화도 저하 등 허혈성 변화에 의한 임상 증상이 있었던 점 ▲장정결제 투여 후 상당시간이 경과 후 대장천공이 진단된 점 ▲사망원인이 된 다발성 장기부전은 장천공 및 이로 인한 패혈증뿐만 아니라 흡인성 폐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장정결제 투여와 장천공 및 다발성 장기부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장정결제의 부작용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대장암이 의심됐고 부분폐색으로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이 필요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장정결이 필요했다”라며 “장정결제 부작용으로 장천공이 발생하는 빈도는 낮아 설명의무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 "장폐색 환자에게 금기되는 장정결제, 다른 방법 고려하지 않고 주의의무위반"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들에게 장정결제 투약과 관련한 업무상 과실, 이런 업무상 과실 및 설명의무위반과 장천공 등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과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장내시경은 암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다. 그 준비과정에서 사용되는 장정결제는 설사를 일으키는 약이므로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되면 약제 등이 내려가지 못해 장 내압이 증가해 장의 막이 얇아지면서 천공이나 허혈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피해자에게 투여된 장정결제인 장정결제의 약품설명서에도 장폐색이거나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않도록 돼있고 또한 고령자, 쇠약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하도록 돼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당초 바로 대장내시경을 하지 않고 시간 여유를 두고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B전공의는 피해자가 항혈소판제(아스피린)를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중단하고 5~7일이 경과한 후 내시경으로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A교수는 피해자가 고령, 뇌경색 등으로 기력이 쇠약하므로 피해자가 기력을 찾았는지 여부 등 상태를 검토한 후 내시경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다가 피고인들은 6월 26일 오전에 다음날인 6월 27일에 대장내시경을 실시할 것으로 결정했다. 그 준비를 위해 그날 저녁과 그 다음날 오전에 장정결제 장정결제를 투여하도록 처방했다. 이 같이 대장내시경을 시간 여유를 두고 실시하고자 했지만, 바로 실시한 데 대해 피해자 건강상태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6월 26일 오전 6시경 진찰결과 피해자가 복통이 없고 설사를 하며 배를 만져보니 부드럽고 양호해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의하면 전날과 마찬가지로 장폐색이 아니거나 완전 장폐색이 아닌 부분 장폐색 상태였다고 주장했다”라며 “피고인들이 당초 장폐색 등 피해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한 장정결제 투여의 위험성, 부작용을 고려했다거나 고도 장폐색 소견의 영상검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장폐색이 없거나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위한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분 장폐색이더라도 악화하면 완전 장폐색으로 진행될 수 있다. 부분 장폐색도 장의 내용물의 이동에 상당한 지장을 주게 돼 장내 압력이 증가함으로 인한 천공의 위험성이 높다. 장정결제 장정결제의 주의사항에도 장폐색이 완전 폐색인지 부분폐색인지를 가리지 않고 금기사항으로 기재돼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부분 장폐색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부를 투여하고 반응을 본 후 나머지를 투약하는 방법 등으로 장정결제 복용에 의한 대장내시경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이나 다른 외과적 수술 등을 통한 대체 진단방법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부분폐색의 경우에도 장정결제를 투약하면 대변이 한꺼번에 밀려 내리게 하므로 장폐색을 악화시켜 완전 폐색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암이 발병한 부근인 맹장인 대장벽의 두께가 얇아 허혈과 천공이 쉽게 발생하는 곳임에도 장정결제 투약에 관해 의사지시기록지에 금기사항 없음으로 기재했다. 실제로 장정결제를 투약한 간호사나 당직의사 등 의료진에게 장폐색과 관련한 주의사항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정결제 총 2리터를 총 2~3시간동안 투여했는데 이는 500cc씩 30분 간격으로 4회 비위관을 통해 소량씩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뤄진 것이고 처음 장정결제 500cc를 투여한 후 피해자에게 배가 괜찮은지 확인을 받는 등 별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보고 나머지 장정결제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라며 “그러나 비위관을 통해 장정결제를 투약한 것은 구강 섭취가 곤란한 상태를 고려한 조치이지 장정결제를 소량씩 투여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장정결제의 용법을 완화해 투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검사 전날 저녁과 검사 당일 아침에 분할해 복용하도록 처방하고도 그 양은 분할하지 않고 2리터를 한꺼번에 투약되도록 했다. 당직의사 등 의료진에게 장폐색 관련 장정결제 투약에 관한 주의사항도 알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 간호기록지에 6월 26일 오후 8시 50분 및 9시 30분에 복부 불편감 등의 호소가 없다고 기재돼있다. 이런 기재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일부를 투약하고 중단한 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정상적으로 배변을 하는지 등 장폐색에 의한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를 본 다음 추가 투약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약한 점 등에 비춰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부분 장폐색임을 고려해 신중하게 장정결제를 투약했다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장폐색의 경우 장정결제 투약은 금기사항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고령자, 쇠약자에게는 신중히 투약돼야 한다. 피고인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당초 대장내시경 실시를 보류했던 시점인 6월 25일부터 장정결제 투여를 결정하고 실제 투여한 6월 26일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장정결제를 투여해도 될 정도로 피해자의 몸 상태가 개선됐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인들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초 결정을 번복해 바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상검사결과 대장암이 의심되고 고령이나 혈관질환 등에 비춰 장천공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장정결제가 투약되기 전에는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다. 이 요인들은 장의 조직을 약화시킬 수는 있으나 짧은 시간 내 악화돼 장천공에 이르게 하는 독립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장정결제 투약 후 발현한 증상이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장천공이 아닌 허혈성 변화에 의한 증상으로서 장천공에 선행해 발생한 것이더라도 이는 결국 앞서 본 주의의무를 소홀히해 결정한 장정결제 투약에 의해 발생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발성 장기부전은 흡인성 폐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나 CT결과 흡인성 폐렴의 소견은 보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장정결제 투여와 장천공 및 다발성 장기부전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주장대로 장정결제의 부작용으로 장천공이 발생하는 빈도는 낮다고 하더라도 장천공이 발생할 경우 이 사건과 같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사망률도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장내시경을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없었고 장정결제를 투여하지 않는 방법의 검사방법도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들이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장폐색 소견과 장정결제 투여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설명했다면 이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