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는 준비 안된 재활병원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
재활의학과의사회는 26일 개최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병원급 종별 의료기관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현 재활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재활병원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추진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활병원 논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각각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재활병원을 새로운 종별로 신설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재활병원 신설 법안에는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지난달에는 재활의학과의사회와 재활의학회, 의사협회가 함께 재활병원 신설에 반대하며 "재활병원은 아급성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로 구성되지만, 한의사는 만성기 환자와 근골격계 통증 환자를 주로 치료하고 있어 대상이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재활의학회 및 의사회는 한의사를 배제하고서라도 재활병원 신설은 재활의료전달체계, 환자분류체계, 수가 기준, 인증기준부터 충분히 논의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활의학과의사회 민성기 회장은 "재활병원 신설 논의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로 대선 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어렵다"면서 "복지부가 올해 장애인건강법에 따라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해 실시하는 시범사업에서 재활의학과의사회와 학회가 적합한 모형을 만들어 테스트한 후 향후 재활병원의 신설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 연말 시행하는 장애인건강법 18조 '복지부장관이 병원급 의료기관 중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인력·장비 등의 기준을 갖춘 병원을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에 따라 오는 7월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재활병원 종병 신설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복지부가 회복기 재활치료 관련 내용도 시범사업에 포함시키면서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는 것이 향후 재활병원 신설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성기 회장은 "의사회에서는 학회와 공조해 복지부가 시행하는 시범사업에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안하는 과정을 준비 중"이라면서 "전문재활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의사들의 의견과 자료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성기 회장은 "의료체계 안에서 전문재활치료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재활환자가 사회복귀까지의 과정 중 중요한 중간단계가 재활치료임에도 현재 통원재활을 위한 도우미 서비스 등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암 재활치료 활성화 위해 수가 필요
더불어 민성기 회장(사진)은 현재 암 치료를 통해 생존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재활치료에 필요한 제도와 수가는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민성기 회장은 "암 재활치료 수가는 압박치료와 수기치료 두 가지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림프부종 치료에만 해당돼 인정기준이 협소하다"면서 "전립선암, 유방암, 뇌종양 등 모든 암환자는 질환별로 후유증이 다 다름에도 림프종 관련 수가만 마련되어 있어 재활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민성기 회장은 이 두 가지 수가 모두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민성기 회장은 "암 수술 및 방사선 등 치료의 발전 속도는 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있지만 생존자에 대한 사회복귀나 후유증 관리는 미비해 사회적 관심과 의료제도의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개원가에서도 항암관리 클리닉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수요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연재 총무이사 또한 "암 재활치료를 받은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보면 암을 대처하는 능력과 삶의 질이 높다는 긍정적인 리포트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지만 수가에 묶이다보니 개원가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는 앞으로 ▲일차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한 노인정액제 개선 및 부당한 진료비 삭감 근절 ▲병원급 의료기관 입원환자 치료기간 보장 및 자의적 기준에 의한 입원료 삭감 개선 ▲병의원에 대한 세제혜택 ▲올바른 재활의료 확립을 위한 정부 설득 등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