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원격의료 저지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완전 철폐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 모습
2014년 3월 10일 동네의원의 집단 휴진투쟁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죄를 적용, 의사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 처분을 하자 서울고등법원이 행정처분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만약 의사협회가 수가인상을 위해 집단휴진을 했다면 재판부가 의료계의 손을 들어줬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듯 하다.
서울고등법원이 17일 의사협회와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에 대해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당시 투쟁이 원격의료, 영리법인 허용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원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소비자들이 일부 불편을 겪긴 했지만 의료서비스의 가격(수가), 수량, 품질 등에 영향을 미쳤거나 미칠 우려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판결을 통해 "의사협회나 소속 의사들이 휴업을 결의, 실행한 목적은 정부의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서, 의료서비스의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었다"고 환기시켰다.
휴업으로 의료서비스의 공급량이 감소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초과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도 18일 "만약 집단휴업이 수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라면 판결이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협회의 휴진은 2015년 수가를 3.1%로 인상시키는 결과를 도출했을 뿐 아니라, 수가의 최종 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협의 영향력을 보다 높여 향후 수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져온 것"이라며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 추무진(오른쪽) 회장과 김해영 법제이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17일 서울고법의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정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의협이 휴업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2015년에 적용될 의료수가를 3.1% 인상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고법은 "의협과 정부가 제2차 의정협의에서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도록 합의한 것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른 것이지 휴업의 영향력을 이용해 의료수가를 인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대법원이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경우 의사들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법적인 집단행동을 보장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수가 인상을 위한 집단휴업을 한다면 '부당한 공동행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 이번 판결이 '미완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