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영유아 발달과 청소년들의 마음건강에 적색 신호가 켜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주최로 ‘학생 마음건강 챙김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신의진 교수는 영유아들의 발달지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기간 부모 및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기회가 줄어든 것이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의 75%가 코로나19로 아동의 언어발달지연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우려는 신 교수 등 전문가들이 서울시 25개구 어린이집 0~5세 아동 4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 영유아 발달조사 결과’에서도 현실로 드러났다. 1차 선별검사와 후속 정밀진단을 진행한 결과 약 33%의 아이들이 발달장애 의심군에 속했고, 48%는 정신건강 위험군이었다.
신 교수는 “코로나 락다운으로 우울증에 걸린 부모들이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잘 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그마저도 사람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이런 것들이 영유아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앞으로 5년 정도 뒤에 IQ가 70이하의 경계성 지능장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청소년기가 되면 자기 조절이 안돼서 자살 시도하는 아이들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사업이 모범적인 대응 사례라고 소개했다.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는 언어·인지 등 발달 지연이 걱정되는 아이들이 비용 부담이나 병원에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뇌발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무료 발달검사부터 심층 상담, 치료 연계까지 원스톱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시설이다.
신 교수는 청소년들의 문제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학생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2013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 청소년의 41%가량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29%는 일상 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의 자살률도 2015년 1.4%에서 2021년 2.7%로 6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대구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마음건강 스크리닝 검사에서는 무려 40%가 병원을 찾아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폐쇄병동에 있는 환자 중 90%는 14~15세의 청소년”이라며 “폐쇄병동이 아이들로 가득 차 있어서 성인 환자들이 들어오질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기존의 인지적 역량을 기르는 학습위주 교육 외에 호기심, 자제력, 부드러움, 끈기, 회복탄력성 등과 관련된 비인지적 영역과 관련한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이나 방과 후 활동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어 “수많은 학생들을 모두 병원으로 보내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만큼, 디지털 치료기기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