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의사 통제만으로는 '24·7·365' 상시의료체계를 만들 수 없다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기사입력시간 2026-07-21 12:02
    최종업데이트 2026-07-21 12: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4. 7. 365.’ 복권 당첨 번호가 아니다. 의료 분야에서 우리보다 공공성과 전문직업성이 훨씬 발달하고 강한 나라에서 의사 단체가 자발적으로 내걸었던 구호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 상시체계로 의료접근성을 보장하자는 구호로 사용됐다. 정부가 요구한 것도, 시민사회가 요구한 것도 아닌, 의사 단체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제안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의료혁신위원회의 시민 패널 공론화 토론회에서는 지역 의사들이 함께 당직에 참여하고 나누는 ‘공동 당직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프랑스는 의료 상시 제공 체계의 개념을 ‘Permanence des soins(PDS)’로 표기한다. 사전적으로 번역하자면 ‘진료의 연속성’인데, 우리나라 표현으로 ‘연속성’의 일반적 의미와도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에서 PDS는 국민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 공급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공공적 의료 제공 체계의 의미로 정의한다. 핵심은 의료서비스의 상시적 이용 가능성(availability)을 확보하여 유지하고 보장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야간이나 주말에도 응급이 아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당직 의사를 운영하고, 지역별로 의료인력을 조직하며, 응급의료와 일차 의료를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필요한 진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 표현의 ‘Continuity(지속성) of Care’와 ‘Permanence(영속성)’의 일반적 의미와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동일한 개념을 영어권에서는 ‘Out-of hours care’, ‘24/7 access’, ‘Urgent care services’, ‘After-hours care’ 등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독일은 ‘ÄrztlicherBereitschaftsdienst(의사 대기 진료/당직 진료)’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시·공 저항값 줄인 선진국 미래 의료 개념 공급망 운영체계 합리적 거버넌스 보장

    프랑스에서는 ‘Permanence des soins’의 개념을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다시 말해 시, 공간 모두를 포함하는 의료 접근권 보장과 지역 간 의료 공백 방지와 당직과 온콜(on-call) 체계 운영, 응급의료와 일차 의료의 연계, 국가와 지방정부의 의료 공급 조직 등을 포함하는 제도적 또는 조직적 장치를 포괄하여 칭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완전히 정착된 번역어는 없지만 문맥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상시적 제공 체계, 혹은 상시진료체계 등으로 변환할 수 있을 것 같다. 

    PDS(Permanence des soins)는 프랑스 법령과 공공기관의 자료에서도 관련 정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국가의 법률체계와 의료체계에 스며들어 활용하고 있다. 법조문에 의하면 진료의 상시 제공 체계는 계획되지 않은 진료 수요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역 단위에서 조직하고, 야간을 비롯한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포함하는 체계를 규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프랑스 보건부는 또한 ‘PDSA’의 개념에 대해 일반 의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 발생하는 ‘비 계획적 진료 수요’를 감당하도록 운영하는 ‘외래 진료의 상시 제공 체계’로 설명한다. 이 자료에서는 ‘Permanence des soins ambulatoires(PDSA)’를 일반 진료 시간 외(야간, 주말, 공휴일)에 국민이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직화 된 의료서비스 체계로 안내한다. 프랑스의 국가 보건 평가기구(HAS)에서도 PDS를 설명하는데 개원의 중심 외래가 아닌 병원 단위의 영속성을 규정하며, 응급의료(SAMU)를 비롯해 외래 진료(PDSA)와 병원진료PDSES(PDS en établissement de santé) 등으로 연계되는 상시 의료 공급 체계로 규정한다. 

    현대사회가 급격한 고령화 과정에서 통합 돌봄과 재택의료, 그리고 비대면 진료 등 새로운 진료체계와 진료 방식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적 의료의 흐름은 자연스레 상시적 의료 공급 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제도는 응급실 과밀 현상과 불필요한 병원 입원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이런 현대적인 의료는 지역 보건의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전제로 한다.

    프랑스는 지역보건청과 지역협의체를 운영하여 개원 일반의, 병원, 민간, 공공의료기관의 협력체계로 상시 진료 제공과 응급의료와 이송 통합 조정의 기능을 발휘한다. 이는 일반 의학이(GP) 중심이나 필요할 경우 해당하는 전문의 일부도 참여하여 야간과 주말의 경증 및 중등도 환자를 처치하도록 해 응급실 대체 또는 완충의 효과로 이어지게 한다. 당연히 지역별 당번제, 의료 당번센터(Maison médicalede garde), SAMU(15번) 또는 조정센터를 통해 환자의 배분과 비대면 진료 또는 대면 진료에 의한 응급 분류(Triage)를 담당한다. 

    초고령화 고도의 상시진료체계 요구 정부가 다양한 변수 모두 통제할 수 있을

    영국은 이미 ‘통합 돌봄’을 영국 의료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잘 발달한 탓인지 지역별로 환자 흐름을 지역 단위로 설계하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영국 전역을 47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마다 ‘Integrated Care Board’를 설립해 NHS 예산집행과 계약을 담당하는 행정 및 재정기구의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전략 및 협치를 위한 개념으로 Integrated Care Partnership의 개념을 도입하여 지자체, 복지기구, 지역사회의 공동 참여를 유도한다. 실제 통합 돌봄의 지역 실행 기구는 의료기관 간 협력기구인 Provider Collaborative를, 그리고 정책 수행은 임상 리더십 중심인 Place-based partnership으로 시, 군 보건복지 기관협의체를 통해 통합예산관리와 지역 단위에서 성과관리를 담당한다.

    고령화 시대에서 이런 고도의 상시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별 생산적 보건 거버넌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인 시도, 군, 권역 등 개별 단위의 자체적 거버넌스 역량도 요구된다. 단순한 당직제 도입은 실패할 가능성 높다. 반드시 지역 의료계,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공동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역 거버넌스란 곧 의사의 집단적 프로페셔널리즘의 발현이고, 전문직의 자율성과 공공성의 적절한 타협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역 의사와 지자체 협업을 바탕으로 강제가 아닌 계약 기반의 공공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연히 상시 의료 제공을 위한 대기 수당, 당직 수당, 지역진료 수가, 협의체 운영비 등이 별도로 편성되어 투입돼야 한다. 또한 지역의 의원, 약국, 병원, 응급센터 등 모든 기관이 동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특수 사정을 고려하면 소아, 분만, 정신과는 별도 트랙을 운영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진료의 지속성을 넘어 영속성을 확보하는 일은 지역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중요한 책무다. 현대의 고도화된 시, 공을 초월하는 의료는 중앙정부의 통제 중심의 획일적인 거버넌스가 아닌, 전문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의 자치적 보건 거버넌스를 전제로 해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참고 문헌>
    Code de la santé publique, art. L6314-1, Legifrance
    Haute Autorité de Santé (HAS) https://www.has-sante.fr/
    Permanence des soins ambulatoires (PDSA). https://www.service-public.fr/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