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메르스와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중소병원들은 법과 제도의 변화에 따라 겉으로만 감염관리체계를 갖춘 채 실질적인 감염관리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열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료 심포지엄 '위기 속 보건의료체계의 대응:공공병원의 역할'에서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문송미 교수가 우리나라 중소병원의 열악한 감염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이날 문송미 교수는 코로나19가 있기 전인 2018년 ‘전국 의료관련감염 실태조사’와 4년 후 실시한 2021년 실태조사를 비교했다.
먼저 2018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 중 감염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38%, 감염관리실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22%로, 모두 100%를 자랑하는 상급종합병원과 각각 98%, 96%를 기록한 종합병원과 비교해 중소병원의 감염관리가 부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송미 교수는 "2018년도는 이미 2015년 메르스를 겪고 원내 감염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시기고, 감염예방관리료가 책정되던 때였다. 그런데도 병원과 요양병원은 감염 관리의 사각지대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감염관리활동 관련 재원을 비교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은 3950원으로 배정돼 있는데, 병원은 681원, 요양병원 152원이었다. 이러한 재적 지원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후 2021년 6월 의료법 개정에 따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감염관리위원회 및 감염관리실 운영 의무 규정이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중소병원에도 감염관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2021년 코로나19를 겪은 상황에서 실시된 전국 의료관련감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병원은 법 개정으로 감염관리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이 86%, 감염관리실을 운영하는 곳이 74%로 증가했다. 대신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100병상 미만 병원 중 감염관리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38.6%, 감염관리실을 운영하는 곳은 22.7%로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00병상 이상 병원이 법적 의무로 인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운영하는 곳이 늘었음에도, 실질적으로 감염 관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평가 업무를 진행하는 곳은 100병상 이상의 45.7%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인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문 교수는 "당시 조사 참여자들은 법도 바뀌고 신종 감염병도 발생했지만, 감염관리 사업에 있어 병원들의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수가에도 제한이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 주었다. 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만큼 성장은 없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문송미 교수는 "인력이 열악한 중소병원은 요양기관 인증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감염관리 담당 업무를 겸직 발령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업무가 늘게 되고 또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에 잘 견디지 못해 매번 사직을 하거나 로테이션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병원에서는 장기간 근무한 사무직에게 감염관리 업무를 맡기는 사례도 있었다.
문 교수는 "실질적으로 중소병원에 감염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방법이 있는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학회와 정부 조직이 나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통해 전문 교류를 확대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향성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며 "지침을 만들어서 던져주는 방식은 무책임한 것 같다. 어떠한 지원정책이 필요한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