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미국이 자국 의약품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의 전략 수정이 시급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글로벌 이슈 체크'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미국 내 의약품 생산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핵심 의약품의 자국 생산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Regulatory Relief to Promote Domestic Production of Critical Medicines)'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행정명령은 미국 의약품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미국 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기 행정부 시절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의약품과 핵심 원료의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정책 이행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미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 건설과 증설은 5~10년이 소요되는 등 각종 규제 장벽으로 인해 제조 기반 확장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의약품 제조를 위한 미국 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0일 이내에 기존의 의약품 제조 심사 체계를 전면 검토하고,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규정을 제거해야 한다. 제조 시설 가동 전 제공하는 사전 기술 자문 확대 프로그램 확대와 검사 시점 명확화 등도 수행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해외 시설에서 미국 시설로 생산 이전 시 필요한 지침도 명확히 제시할 계획이다.
해외 제조시설을 겨냥한 규제도 강화한다. FDA는 미국 내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해외 제조소에 대해 위험 기반 검사체계를 재정비하고, 검사 횟수를 국가·업체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해외 제조시설 관련 수수료 인상이 예고된다.
이 외에도 환경보호청의 미국 내 제조 시설 심사 간소화, 미국 내 제조 시설의 환경 허가 체계 개선, 미 육군 공병대의 제조 시설 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이 의약품 주권을 강화하면서, 한국 제약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은 현지 생산과 수출 전략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행정명령을 비롯한 최근 미국 의약품 제조 시설 관련 심사 간소화 및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은 미국 내 제조 시설 구축의 행정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국내 기업은 수출·현지 생산 등 다양한 진출 방식에 대한 정보 접근과 검토가 필요하며 규제 완화의 혜택뿐 아니라, 관련 법령과 운영 부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해외 제조 시설의 생산 관련 데이터 보고 의무에 대한 집행 강화와 비준수 시설 명단 공개, 해외 제조 시설에 대한 FDA 실사 강화, 그에 따른 수수료 인상 가능성, 결과에 대한 국가·업체별 공개 등이 예고됨에 따라 미국 시장에 수출·진출하는 국내 제조 시설의 품질관리와 규제 대응을 위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 제품을 중심으로 공공조달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 생산·공급 체계 확보와 품질 인증 수준이 전제되므로 부가적인 행정,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미국 시장 진출 시 인증, 허가, 조달 프로세스를 포함한 제도 변화에 대한 정보 확보와 지원 등 긴밀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