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특정 진료가 요양급여비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법 해석이 애매한 상황에서 이뤄진 급여청구로 의사면허가 정지됐다면 면허정지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비급여 대상인 시력교정술 진찰‧진료비용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것은 잘못됐지만 이 같은 이유로 의사의 면허를 정지한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최근 안과의원 원장 A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1심에 이어 복지부의 면허정지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A씨는 2012년 2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비급여대상인 시력교정술(라식, 라섹 등)을 실시하고 그 비용을 환자로부터 비급여로 받았다. 또한 시술과 관련해 수술 전후 진료비용(진찰료, 검사료, 원외처방전 발행 등)에 대해서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해 받았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의료법을 어기고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것으로 보고 의사면허를 1개월 정지 처분했다.
그러나 A씨도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력교정술에 수반되는 진찰과 검사 등 행위가 요양급여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A씨의 급여청구 이후인 2012년 10월 11일에서야 선고됐다는 것이다. 즉 A씨가 요양급여비를 청구했던 2012년 2월 당시는 시력교정술에 수반되는 진료행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다는 것이다.
A씨는 "2012년 10월 이전에는 시력교정술에 수반되는 진료 행위 중 상당 부분이 시력교정술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서울고법 판결이 존재했었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안구건조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력교정술을 실시하고 치료내역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해당 주장에 대해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시력교정술에 수반되는 진료행위의 어느 범위까지가 시력교정술로 인정되는지 혼란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2012년 2월 당시 시력교정술의 비급여 대상 범위에 관한 해석 기준은 안경, 콘텍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로서 신체의 필수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에 실시하는 행위와 치료재료라고만 규정돼 있을 뿐"이라며 "구체적으로 시력교정술에 수반된 진료행위의 어느 범위까지 여기에 포함되는지 혼란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시력교정술 범위에 대한 법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요양급여비용 청구 여부는 즉시 결정돼야 했다. A씨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로 진료비 등을 청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의료인이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의료인의 면허자격을 정지 처분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행정법규 위반 사실만으로는 면허정지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법원은 "현행 의료법의 행정목적 상 의사면허 정지처분은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라고 볼 수 없다. 의료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행위에 대해 가하는 제재라고 봐야하는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은 “법에서 정한 면허정지 사유는 진료비 청구에 대해 해당 의료인에게 고의가 있거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증명책임 또한 의료인 면허자격 정지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복지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