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의약품 공급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제네릭 품질 강화 정책’이 제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7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의약품 공급 및 구매체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제네릭 품질 강화 현안을 두고 의료계,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제네릭 품질 불신 해소해야 가격 정책 효과 나와”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상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의약품 정책 개선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제네릭 품질 기준 강화 정책’을 가장 우선 시행돼야 할 정책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보건정책, 산업정책 단독으로는 의약품 공급의 지속가능한 구조 유지가 어렵다. 보건정책, 산업정책을 함께 연계하는 관점 필요하다”며 정책 조합(Policy Mix)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의약품 공급 구조 혁신을 위해 제네릭의 품질 강화, 가격 인하, 사용 확대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제네릭 품질의 정책 목표는 국산 제네릭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고 국제적 산업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의 제도와 실행수준’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동등성 심사 강화, 안전성 시험 사전 검토 등 제네릭 허가 후 변경 기준 강화와 선진국 수준의 GMP 검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시장에서 가격 인하되는 패턴을 제네릭 가격 목표로 설정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제네릭 가격을 특허만료 오리지널 가격과 차등화 ▲최초 제네릭 등재 후 기간 기준 또는 동일성분 동일제제 개수 기준 적용해 추가인하 ▲제네릭 진입 없거나 경쟁 미흡한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제도적으로 인하 등을 제시했다.
이어 “제네릭 가격 하락분만큼 제네릭 사용량을 확대하는 사용비중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유통 구조혁신을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의약품 유통 거래질서 강화와 함께 의약품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도매업 허가기준 강화(GDP 도입 등), 우수 유통기업 육성 정책 추진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국내 개발 신약 공급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공급의 양을 확대하고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 강화 ▲신약개발 R&D 지원 확대 ▲제약기업 개방형 혁신 지원 ▲개발·사업화 인력 양성 지원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정책 간 상호관계, 선행정책, 후속정책 분석을 바탕으로 제네릭 품질 기준 강화 정책이 우선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네릭 품질 불신이 해소돼야 가격 정책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제네릭, 오리지널과 동일한 의약품 아냐”
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제네릭이 의약품 공급·구매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양기 의무이사는 “제네릭이 의약품 공급·구매 체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사협회의 기본 생각은 제네릭 의약품은 생동성을 통과한 오리지널 의약품과 ‘품질이 유사한 의약품’이지 ‘동일한’ 의약품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 의무이사는 “제네릭 의약품을 쓸지 혹은 제네릭 의약품 중 무엇을 쓸지는 전적으로 처방하는 의사의 책임”이라며 “품질이 유사한 의약품이지 동일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동일 성분 의약품끼리 1대 1로 대체 처방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 의약품 품질 강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 토론의 주제와는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네릭 의약품의 점유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은 국내 산업 보호·발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으나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국민 보건 향상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제약업계,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기승전 약가인하는 정책실패 지름길”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코로나19 사태 등 삼중고에 직면한 산업계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우순 대외협력본부장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 최우선이다. 불공정한 시장에서는 선한 의도의 정책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명한 유통,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왜곡 발생을 차단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장 대외협력본부장은 “기승전 약가인하는 정책 실패의 지름길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는 이미 20년 동안 이뤄져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반면 사용량 정책은 목표도 없고 정책도 없다. 이것이 현재 당면한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경쟁력 강화, 공급 구조 개편, 보험재정 절감 등을 두고 약가 인하 정책이 연이어 시행됐다”며 “얻은 것은 단기 재정 절감 외 아무 것도 없다. 적어도 사용량 정책, 특히 출구 없는 상황에서의 약가 인하는 산업을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 대외협력본부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치료제·백신 신속 개발이 핵심과제가 됐다”며 “이로 인한 의료이용 급감, 원료수급 불안, 임상시험 연기 등 제약 산업이 직·간접적 타격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네릭은 신약 개발 기반이다. 현재 신약은 1%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선순환이 이뤄져 신약 개발을 통해 R&D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까지 제네릭은 신약 개발의 씨앗, 캐시카우”라고 덧붙였다.
국내 개발 신약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후속 투자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보다 높은 수준의 임상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마케팅 강화가 중요하고 정책 우선순위에 자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건강 보험료가 환자 치료, 일자리 창출, 과학기술 혁신을 독려하는데 의미 있게 사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