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를 채용해야 하는 병원들이 올해 첫 배출된 6년제 약대 졸업생의 처우 개선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약대에서는 4년제 출신 약사들과 차별화된 처우를 요구하고 있지만, 연봉인상에 따른 추가비용을 병원이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우려에서다.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이 2호봉의 연봉을 인정키로 잠정 확정한 것을 제외하곤 수도권의 대다수 병원들이 급여 인상을 망설이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A대학병원 원장은 "의료계가 허리끈을 잔뜩 졸라매고 있다. 병원들이 인력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유는 경영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급여 인상은 제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처우를 개선하려면 기존 약사들보다 전문성이 강화돼야 하는데, 병원 업무 수행에 있어 6년제와 4년제의 차별점이 뭔지 모르겠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만 아니라 약사회가 나서 바뀐 커리큘럼 등을 소개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있는 B종합병원 교수는 "병원은 굳이 6년제 약사 급여를 인상할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약사보다 높은 전문성으로 병원 수입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C대학병원 원장 역시 "급여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반면, 인원 모집이 어려운 지방 병원들은 4년제 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약사를 채용하려 하고 있어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대한병원협회도 이 같은 상황에서는 개별병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병원협회 이계융 부회장은 "6년제 처우 개선 문제는 개별 병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문제다. 협회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아무래도 올해는 6년제 약사 배출 첫해인 만큼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 출처 :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홈페이지
개국약국도 급여 인상 없다
6년제 약사 우대에 대한 고민에 빠진 건 개국 약국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약국가는 좀더 단호하다. 신입 약사가 배출되지 않은 2년 동안 이미 급여가 인상됐고, 수도권의 경우 약사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의 D약사는 "이미 근무약사 급여가 많이 인상됐다"며 "또 병원은 호봉제가 있지만, 지역약국은 경력이 쌓인다고 급여가 비례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6년제 특혜에 대한 부담이 병원보다 덜하다"고 말했다.
약대생 "6년제 인센티브 전혀 없다"
6년제에 대한 감흥없는 시선을 가장 체감하는 건 6년제 약대 졸업생들이다.
처음엔 처우 개선을 원했지만 어느 순간 수도권에서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올해 서울의 6년제 약대를 졸업한 학생은 "다른 동기들을 봐도 서울 수도권에서 6년제라는 이유로 급여가 높아진 케이스는 전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에 졸업생이 많이 배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월급 280만원의 병원 전문약사에 취업하거나, 토요일도 근무하는 종로 약국에 300만원대 월급으로 취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