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0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은 보험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며, 공권력을 강압적으로 의료기관에 남용하는 정책"이라고 철회를 촉구했다.
병의협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회에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데이터화된 환자 정보를 악용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불 거부 사유를 만들기 용이해지게 되면 이로 인해 보험 소비자의 권익이 축소될 수 있다는 문제점과 환자 정보 유출 문제,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정책이라는 점, 개인과 보험사 간의 사적 계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행정 부담을 강제하고 민원 부담을 증가시키는 전체주의적인 정책이라는 점 등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국회에서도 사실상 퇴출된 정책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 후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민 권리도 지키고 병원은 불필요한 서류 발급을 안 해도 되며 보험사 역시 행정부담이 대폭 줄어든다며 '일석삼조'라고 발언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비슷한 제도를 훌륭하고 안전하게 운영 중이라며 의료기관에 진료를 받으면 진료 청구 내역이 건강보험 시스템 등을 통해 해당 기관에 전달돼 심사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병의협은 “이재명 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국민을 기망하는 발언이며,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발언"이라고했다.
병의협은 "국민들이 실손보험 청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보험사별로 청구 서류의 표준화가 돼 있지 않고 요구하는 서류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액이거나 건강보험 급여 진료의 경우는 영수증 정도만 제출해도 실손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당하고 고액 보험금 청구 시에는 간소하고 표준화된 보험금 청구 양식을 이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분명히 했다.
병의협은 이어 “이런 해결책이 있음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 정책이 실손보험사들의 편의와 손해율 감소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실손 보험사들이 주도적으로 이 제도의 추진을 압박해 왔다는 점과 보건의료 분야 공약이 아니라 금융 분야 공약으로 나온 정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되면 의료기관들은 국민 개인과 보험사 사이에 맺은 사적 계약의 편의를 위해 청구 대행 업무를 하게 됨으로써 행정 부담 및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보험금 지급이 거부됐을 때 환자들의 민원을 감당해야 하므로 아무런 이득이 없다“라며 ”국민 입장에서도 청구 과정에서 알리기 싫은 민감할 수 있는 개인 정보가 항상 보험사에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고, 보험 약관 개정 시 지불 거부 사유를 만들기 용이해진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득에 비해 손해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게다가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제도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제도를 언급한 것은 실손보험 청구 및 심사도 건강보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최근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의 심사 업무도 대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은 보험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도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다“라며 ”이재명 후보 선대위가 보험사 등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거나 포퓰리즘 공약만 남발하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숙고한 이후에 공약을 발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