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정 갈등에도 외형 성장을 이룬 기업은 매출 상위 20개 기업 중 13곳에 달하지만, 수익성 개선까지 모두 잡은 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
28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제약·바이오기업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155개사의 2024년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155개사의 전체 매출은 별도기준 8조8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8769억원 대비 9584억원, 약 12.14% 늘어났다. 분석에 활용된 제약·바이오기업은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을 업종으로 한 기업이며, 의료기기 업체 등을 포함한다.
이들 중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한 기업은 20개사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종근당 ▲대웅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보령 ▲광동제약 ▲HK이노엔 ▲동국제약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휴온스 ▲한독 ▲콜마비앤에이치 ▲대원제약 ▲셀트리온제약 등이다. 이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기업은 단 6곳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한미약품, 보령, HK이노엔, 동국제약이다.
매출 상위 20개사의 전체 매출은 5조6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175억원 대비 6323억원, 약 12.6% 증가했다. 이는 155개사 전체 매출의 64.69%를 점유하는 규모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유한양행 5000억원 이상 매출 기록
20개사 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874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10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6.9%, 27.2% 증가했다. 유한양행을 5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6.8% 늘었으며,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순으로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순위가 바뀐 모습이다.
셀트리온의 매출 증가는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03.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725억원을 기록했다. 재고 합산에 따른 일시적 원가율 상승과 무형자산 상각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4%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 370.8% 증가했다.
셀트리온은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의 개선세는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합병에 따라 이익에 영향을 미쳤던 대규모 무형자산 판권이 2분기를 기점으로 상각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매출 증가세와 함께 기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매출원가율 개선 가속화와 이에 따른 영업이익 상승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대규모 수주에 기반한 4공장의 원활한 가동률 증가와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 수령,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전년 동기 대비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하락했다.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5146억원이다. 증가율은 6.8%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 감소했다. 이는 R&D 투자 증가에 따른 결과다.
대웅제약은 2분기 매출 3255억원, 영업이익 496억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15.2%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펙수클루∙엔블로 3대 혁신신약을 중심으로 자체 제품 비중을 높이면서 재무구조 안정성이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해 531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글로벌 수출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34호 국산 신약 펙스클루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성장했으며,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올해 연 매출 1000억원 달성을 기대했다.
한미약품은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도 이뤘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고, 영업이익은 321억원으로 157.0%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개량·복합신약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 등이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처방의약품 실적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주력 품목인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의 상반기 누적 원외처방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고혈압 치료 복합제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도 3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동제약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9.4% 하락했다. 광동제약의 매출 대부분은 F&B 영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최근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전문기업 '키에시'과 희귀의약품 4종(▲마이캅사 ▲적스타피드 ▲필수베즈 ▲마이알렙트)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유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락손 ▲엘파브리오 ▲람제데를 도입한 데 이은 두 번째 계약이다. 이처럼 의약품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2022년에는 1.6%, 2023년 2.2%, 2024년 상반기에는 1.7%의 '연구개발비/ 매출액 비율'을 기록했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새로운 파트너사가 된 보령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3% 늘었다. 케이캡을 쥔 회사가 바뀌면서 종근당과 실적 희비가 나뉘었다. HK이노엔 역시 매출액은 7.3%, 영업이익은 58.9% 상승했다.
동국제약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헬스케어사업 부문의 유통 채널 다각화가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고 동국제약은 분석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일반의약품(OTC)사업부, 전문의약품(ETC) 사업부,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 자회사 동국생명과학 등 전 사업부에서 균형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OTC 부문은 마데카솔 시리즈 제품군, 오라메디 등 구내염치료제군, 카리토포텐 등 기존 브랜드와 함께 신규 발매 제품 등이 성장을 주도했다. ETC 부문에서는 지난해 9월 약가 인하 및 올해 1월 주사제와 시럽제 약가인하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감소한 기업은? 종근당·제일약품 등 7곳…GC녹십자·일동제약은 수익성 개선 성공
상위 20개사 중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총 7곳으로 ▲종근당 ▲GC녹십자 ▲제일약품 ▲JW중외제약 ▲일동제약 ▲한독 ▲대원제약 등이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기업은 한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다음으로 JW중외제약 7.0%, GC녹십자 5.2%씩 감소했다.
GC녹십자는 매출액이 5.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9% 소폭 늘었다. 하지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하락했다. 올해 하반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를 위해 혈액제제 제품 수급을 조절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실적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부터 알리글로의 실적이 반영되는 만큼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동제약은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개선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일동제약은 적자를 이어왔는데, 구조조정 단행과 R&D 전담 자회사인 유노비아 분사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종근당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4.6% 줄었다. 이는 최근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계약을 새로 한 보령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독은 매출 8.81%, 영업이익 66.16% 감소했다. 매출 역성장에는 지난해 종료된 알렉시온 사업이 영향을 줬다. 하지만 알렉시온 제품의 공백을 제외한 전문의약품 부문 매출은 성장했으며,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선방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