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이틀 뒤인 오는 13일부터 총파업투쟁을 실시한다. 이번 산별총파업투쟁은 2021년 총파업 이후 2년만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9.2 노정합의 불이행을 비판하며 사용자측과 보건복지부에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역대 규모의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은 총파업을 시작한지 이틀만에 합의를 이뤄낸 2021년 총파업과 분위기가 180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에 다소 우호적이었던 정부가 올해는 이번 파업이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하며 노조와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보건의료노조 파업과 강경한 정부의 태도에 파업이 장기전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총파업 예상…노조,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의대정원 확대 등 주장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산별총파업 결정에 앞서 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 총 조합원 6만 4257명 중 5만 3380명(83.07%)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91.63%에 달하는 4만 8911명이 총파업에 찬성해 13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가한 지부수는 127개, 사업장수는 145개로 보건의료노조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사용자 측에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와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인당 담당하는 환자수를 줄여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의사 아닌 인력이 의사 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사용자측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노사합의할 수 있는 사항이며, 환자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자측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 측에는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노동개악 중단과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의료현장의 불법의료 현실, 필수의료·지역의료 위기 상황, 고령화와 의료수요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의사인력 확충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며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의사인력 확충하고 불법의료 근절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의사업무를 타 직종에게 떠넘기면서도 의대정원 확대를 거부하는 의사들의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반면 인력부족과 강도 높은 업무량에 시달리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임금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현실은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며 "희생과 헌신만 강요당해온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말로만의 칭찬이 아니라 어떻게 체감할 수 있는 보상을 할 것인지 구체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총 7개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13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지만,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유지업무부서에 인력 배치와 함께 응급대기반(CPR팀)을 병원별로 배치해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하루 전인 12일에는 각 의료기관별·지역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하고, 파업 첫날인 13일에는 서울로 총집결해 대규모 상경파업을 전개한다. 파업 2일차인 14일에는 세종시와 서울, 부산, 광주 등 4개 장소로 집결해 총파업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노조는 "만약 사용자와 정부가 보건의료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끝끝내 외면한다면 보건의료노조는 무기한 총파업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의료현장의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에서 환자안전과 국민생명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하는 범국민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 "불법행위 엄정 대응" 예고…의료계 장기파업 예상, 입원환자 퇴원 조치 등 실시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10일 제2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노조의 총파업에도 지역 의료기관 내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유지업무가 차질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이행체계를 점검했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되며, 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곁에 남아 줄 것"을 강조하고 "그 동안 노조가 제기해 온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료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정부는 노사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행사는 보장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를 확고히 견지해오고 있다"라며,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국민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지자체의 지역별 비상진료계획을 점검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복지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노조는 "정말 복지부가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총파업 돌입 전 총파업 요구에 대해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복지부가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해 현장 노사간 교섭이 결렬돼 전국 127개 지부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의료현장의 혼란은 복지부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등 145곳 파업 의료공백 우려
의료현장의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서울 소재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비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을 포함해 총 145곳에 달한다.
물론 보건의료노조가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총파업으로 입원 병동 인력이 빠져나가게 되면 응급실과 수실실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산의 한 대학병원은 10일부터 응급실에 온 환자 중 기존에 병원에서 진료받지 않은 사람은 일반 병동에 입원시키지 않기로 했고, 국립암센터는 대규모 파업이 예상되는 13, 14일에 모든 암 수술을 취소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인력 부족에 따라 환자 안전을 위해 12일까지 모든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고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산별총파업이 13일부터 진행되지만 언제끝날지 기약할 수 없는 만큼 환자들의 민원에 정확하게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이었고, 정부도 빠른 해결 의지가 있어 큰 환자 불편 없이 총파업이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장기간이 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