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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위 반대가 오히려 '임현택 심판'?…의협 '헤게모니' 대변혁 오나

    현실성 없는 비대위 대신 회장 '불신임' 여론 스멀스멀…박단 위원장 발언도 '불쏘시개'

    탄핵안 대회원 설문 조사 진행 중, 조만간 설문 결과 중간 보고 진행…보궐선거 판세까지 거론

    기사입력시간 2024-09-02 15:34
    최종업데이트 2024-09-02 15:45

    단식 중에 임시대의원총회를 찾은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무산됐지만 이와 별개로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무너지고 있다. 

    비대위가 구성될 경우 임현택 회장이 오히려 면죄부를 갖게 되기 때문에 비대위를 패싱하고 곧바로 전공의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회장과 집행부 체제를 만들자는 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임현택 책임론'이 힘을 얻으면서 내부에선 회장 탄핵 이후 차기 보궐선거까지 거론되고 있다. 

    임총 분위기, 집행부 불신 '팽배'…김교웅 의장 "비대위 반대가 집행부 찬성 아니야"

    2일 진행된 비대위 구성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 투표 결과를 보면, 총 189표 중 비대위 구성 반대가 131표(69.3%)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반면 찬성표는 28%에 그쳤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대의원들이 집행부를 한 차례 더 믿어주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다. 

    반대표를 던진 대의원들 대부분은 '집행부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비대위를 반대했다'고 강조한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표결 직후 백브리핑에서 "비대위를 반대한 이들도 현재 집행부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비대위 반대가 많았던 이유는 현실적으로 현재 구조상 비대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례를 보면 비대위가 구성되더라도 기존 집행부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회무 집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비대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기존 집행부 등 의협의 예산과 인력 지원 등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A 대의원은 "현 집행부가 그대로 존재하고 비대위만 새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비대위가 곧바로 전권을 위임받아 회무를 이끌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안이 급박한 상황에서 비대위는 적절한 대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현택 회장은 임총이 진행되던 31일 오후 단식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구급차에 실려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비대위가 임현택 회장 면죄부…박단 위원장 발언 탄핵 여론 '불쏘시개'

    비대위 헤게모니를 놓고 내부 의견을 통일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비대위 구성의 걸림돌이 됐다.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로 이견이 생기면 내부 계파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다.  

    이를 감안해 공동비대위원장 등 여러 논의가 이뤄졌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기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비대위가 무산된 또 다른 핵심 이유론 비대위가 임현택 회장의 책임을 면책해 줄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꼽힌다. 비대위가 새로 만들어지면 오히려 임 회장만 그동안 실책의 면죄부를 갖게 되고 책임만 새로 비대위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임현택 책임론'을 주장하는 대의원들은 무의미한 비대위 대신, 의협 회장 교체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 해당 여론은 임총 현장을 찾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 이후 확산되는 추세다. 

    현 의정갈등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은 그동안 임현택 회장과 철저하게 선을 그어왔다. 박단 위원장은 임총에서 "임 회장과 앞으로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내놨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임현택 책임론'을 '회장 탄핵' 정국으로 바꿔놓는 불쏘시개가 된 셈이 됐다. 

    B 대의원은 "집행부가 그대로 건재한 상황에서 비대위가 만들어지면 견재로 인해 비대위도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임현택 회장은 그동안의 실책에서 회피할 수 있 된다"며 "현 상황에선 비대위를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고 판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회장 탄핵 시계 흐르기 시작…보궐선거 예비 후보까지 하마평

    실제로 현재 조병욱·조현근 대의원은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안 대회원 설문을 지난달 28일부터 진행 중이다. 설문결과 불신임안 발의 충족 조건인 회원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게 되면 곧바로 불신임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조병욱 대의원은 2일 메디게이트뉴스에 "아직 얼마나 탄핵 찬성이 이뤄졌는지 밝힐 수 없다. 다만 조만간 중간 보고 차원에서 임현택 회장 탄핵 반대표가 얼마나 모였는 지 여부는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회장은 자신이 60% 이상 지지를 받아 당선된 회장이라고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회원들의 원성이 높은 현재 상황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탄핵 반대표, 즉 회장 신임 여론이 얼마나 되는 지가 공개되면 임 회장 주장의 사실 여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 대의원은 "현재 분위기라면 임총에서 찬반은 두고 봐야겠지만 불신임안 동의 요건은 충분히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임현택 회장 탄핵 이후 보궐선거 판세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하마평이 나오는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의협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과 지난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시 임현택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렀던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이 거론된다. 또한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등도 차기 후보로 꼽힌다.

    C 대의원은 "결국 비대위 구성이 부결된 것은 임현택 회장을 한 번 더 믿어보자는 것이 아니라 박단 위원장의 말처럼 임 회장과 집행부를 심판하기 위한 교두보였던 것"이라며 "향후 대정부 투쟁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의대생, 전공의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공의와 소통할 수 없는 집행부론 더 이상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탄핵까진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존재한다. D 대의원은 "대의원회는 보수적인 곳이라 아직 임 회장 사퇴까지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집행부는 생명력은 잃었다. 다만 불신임까진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