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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약품 R&D 이끄는 백승재 CMO, "개량·복합신약→ 항암제·희귀의약품 또다시 도약"

    [제약바이오R&D 인터뷰] "일부 계약 종료·경영진 변화에도 R&D 20% 과감한 투자...배우고 싶은 제약의사들도 환영"

    기사입력시간 2021-01-29 08:40
    최종업데이트 2021-01-30 10:15

    한미약품 백승재 상무이사는 올해 R&D를 더욱 확대하고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릴리, 얀센, 사노피 등과의 기술이전 계약이 실패했지만, 실패할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배움을 얻어야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패원인을 검토하고 경험을 내재화해 연구개발(R&D)을 더 확대할 것이다. 과감한 비용 투입과 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제약의사 등 인력풀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미약품 백승재 상무이사)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대다수가 매출 대비 R&D 비용을 10% 남짓 투자하는 것과 달리 한미약품은 수년간 20%대의 높은 투자 비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잇딴 기술이전 계약 종료·반환에 이어 한미약품을 이끌어온 고(故) 임성기 회장의 소천으로 그간의 연구개발 기조가 흔들리는 듯 했으나, 새해에도 굳건하게 R&D 강화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미약품의 R&D를 총괄하고 있는 백승재 상무이사·최고의학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R&D 계획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생 배운 의학지식을 보다 의미있게 활용하기 위해 수년 전 제약의사의 길을 선택하게 됐고, 국산 신약 R&D의 필요성을 느껴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한미약품으로 옮겨 CMO를 맡고 있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수조원대 신약 라이선스 계약에 성공한 이후 국내 대형제약사 중심으로 기존의 제네릭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해 R&D를 통한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상장 제약기업 113곳의 매출대비 R&D 투자 비중은 9~10%까지 올라갔다.

    신약 R&D 붐을 일으킨 한미약품은 매출대비 R&D 비율을 20%대로 유지하면서 기존 제네릭, 개량신약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신약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임상 반환 고난의 연속, 그럼에도 새해 R&D 기조 유지
     
    한미약품 R&D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제공=한미약품

    이 같은 한미약품에도 지난해는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잇따라 권리 반환을 통보하면서 2015년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중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 2018년 자이랩, 2019년 릴리, 얀센이 차례로 계약 해지를 했다. 이어 2020년 5월 사노피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원대의 당뇨병 신약 프로젝트 권리를 모두 반환한다는 요청을 한 것이다.

    백 상무는 "잇따라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이 종료됐다"면서 "이 같은 실패 경험은 실패가 아니라 '재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실패, 실수를 통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 내에서도 실패라고 바라보지 않는다. 임상 개발시 내부적인 프로세스, 검토과정 등을 마련해 그동안의 경험을 내재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백 상무는 "지난해 사노피로부터 반환된 당뇨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해 비만·당뇨치료제, 항암신약 등의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관련된 일부 연구 결과는 당뇨병 관련 학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상무는 "계약이 종료됐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사노피로부터 아직 데이터 일부만 공유받은 수준이어서 추후 연구개발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5건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은 한국 회사가 하기에 매우 큰 규모의 임상이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임상 데이터를 모두 이전받은 후 내부 분석과 검토를 통해 개발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딴 기술 반환과 함께 지난해 8월 갑작스럽게 한미약품의 정신적 지주인 고 임성기 회장이 소천했다. 임 회장은 R&D만큼은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만큼 회장과 임원진 변화에 따라 한미의 R&D 기조도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백 상무는 한미의 R&D 확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대 회장부터 R&D에 집중해왔고 이에 따라 매출 대비 20%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왔다"면서 "특히 과감한 R&D 투자 기조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신약 R&D 분야는 미국, 유럽 등을 쫓아가는 단계에 그쳤으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미국, 유럽 등은 임상시험에 상당한 영향을 줬고 환자등록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반면 한국은 K-방역으로 해외처럼 심각한 영향은 없었고 기존의 임상들을 정상적으로 이어가면서 선진국과 벌어진 R&D의 갭(gap)을 많이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감한 R&D 투자는 송영숙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선대회장의 R&D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올해도 계속 될 전망이다.

    다만 그는 R&D의 방향성은 일부 달라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회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해야 한다. 특히 신약 R&D 포커스는 질환의 변화에 따라 맞춰가야 한다"면서 "1970년대는 감염병 항생제, 1980~90년대는 만성질환 위주로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한미약품은 만성질환 관련 개량신약, 복합신약의 성공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만성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과 함께 항암제, 희귀질환 등의 신약을 도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성질환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NASH), 비만 등은 파트너링, 기술 이전 등을 지속하는 동시에 항암제나 희귀질환은 신약으로서의 도전을 할 예정이다. 이는 개발비용이 적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적정 위기관리를 통해 시도해볼 것"이라며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공개했던 대로 mRNA 백신 개발 등 새로운 가치 창출에 대한 도전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한미의 적극적 R&D 투자에 힘입어 차별화된 개발전략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세계 최초 신약을 만들겠다"고 R&D 총괄 담당자로서의 포부를 내비쳤다.

    R&D 비용 확대만? 제약의사 등 '인력 풀(Pool)'도 대폭 강화
     
    한미약품 백승재 상무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출신이며 제약의사들의 관심과 지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미의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단순히 비용 증대와 분야 확대에 그치지 않고 R&D인력 보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과제가 많아지다보니 R&D인력 역시 더 많이 필요해지고 인원 조직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신약개발 임상에 있어서 '환자'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어 환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임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약회사에서 '제약의사'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미약품 역시 제약의사들의 충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의사 대부분은 글로벌 제약회사의 한국지사에 포진해있었으나, 최근 대형제약사, 바이오벤처 등에 연구인력 전문성이 확대되면서 제약의사가 갈 수 있는 포지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제약회사와 달리 국내사의 제약의사는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영업을 할 수도 있고 전 세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도 있고 체외진단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도 있다. 신약 개발에선 MBC(Medicine, Biology, Chemistry)를 두루 관할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제약의사는 단순히 의학적 부분의 전문성 뿐 아니라 과학과 중개의학 등의 경험이 쌓인 의사여야 한다"며 "단순히 의료현장이 힘들어서 도피성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 연구자적 마인드 등을 갖춘 자가 도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제약의사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렵지 않고 지적호기심이 활발해야 하며, 의학이 아닌 사이언스(과학)를 이해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기존에 알던 의학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신약에 대한 기본을 배우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 시장은 매우 작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의 진출이 불가피한만큼 어학,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태도, 비즈니스 매너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이전에 노바티스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국내사의 제약의사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약 개발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병원과 달리 제약회사에는 의사는 물론, 약사, 과학자, 관리직, 영업직 등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있으며, 신약개발은 달에 가려는 나사(NASA)의 업무처럼 집단지성을 통해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수평적 조직 구조에서 활발한 소통 능력이 필수"라면서 "특히 다국적사 한국지사 보다 국내 제약사의 제약의사의 경우 더 많은 역할과 업무가 있어 이와 함께 신약개발 뿐 아니라 오픈이노베이션, 디바이스 관리, 빅데이터 분석, 임상 안전성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실제 한미약품 내 제약의사 중 백 상무가 R&D를 총괄하고 있으며 일부는 임상 유효성을 관리하는 파트, 또 다른 제약의사는 임상시험 안전성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제약의사의 업무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약회사들이 단순히 신약개발을 넘어 디지털치료제, 인공지능(AI) 등 업무범위를 넓히고 있는 만큼 미래의 제약의사는 더 넒은 시야를 갖고 열린 자세로 배워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백승재 한미약품 상무이사·최고의학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연세대 의대 졸업, 아주의대 대학원 의학 박사
    전 명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전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
    전 노바티스 메디컬 디렉터(Medical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