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대한약사회를 통해 추진하는 자살예방 사업은 엄연한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이다. 비전문가인 약사들의 상담에 의해 환자들의 상황이 악화하거나, 환자를 위한 최선의 판단과 결정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2018년도 민관자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약국 250여 곳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이전에 환자 정보 유출로 재판중인 대한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이 만든 프로그램에 탑재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도구와 자살위험약물 DB를 활용해 자살예방 사업을 진행한다. 참여하는 약국에 상담료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인이 아닌 약사에게 환자에게 문진 등의 진찰을 인정하는 시범사업으로,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환자의 의료정보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도 위반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복지부와 약사회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에 따르면 현재 의학계는 자살을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가볍게 대처하면 안 되는 중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협은 “자살사고가 있다는 것은 심각한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문제를 수반하는 전문적인 영역의 치료다. 복지부와 약사회가 일선 약국에서 자살예방 사업을 전개한다는 발상 자체가 자살이라는 질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약국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어떤 예방활동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살위험 약물이라는 정체불명의 부정확한 명칭을 이용해 약사라는 비의료인이 개입해 의사와 환자의 치료적 관계를 단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의협은 정부 재정으로 약사에 '상담료'까지 퍼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복지부가 일선 약국에서의 자살예방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약사에게 ‘조제료, 복약지도료, 기본조제료, 약국관리료, 의약품관리료’라는 비용지출에 이어 ‘상담료’를 또 퍼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약사 퍼주기 정책이자 혈세 낭비”라고 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불법적이면서 약사 직군에 대한 특혜성 시범사업인 약국 자살예방사업을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살위험의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체계적인 검토를 진행해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