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뇌 MRI 급여화가 된 이후에 MRI 검사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지확인 등을 통해 검사 과이용을 관리하고 의료이용 적정성 분석과 검사범위 재검토까지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급여화 시행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MRI 검사 진료비 삭감과 급여기준 재검토가 이뤄지면 환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의사와 환자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MRI 진료비 급여화 이후에 급증...MRI 도입 1621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에 따르면 건보 적용 전 6개월간 MRI 촬영 총횟수는 73만건이었지만 건보 적용 후 6개월간은 149만5000건으로 약2배 늘었다. 촬영 환자 수는 48만4000명에서 79만명으로 늘었고 진료비는 1995억원에서 4143억원으로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이 제시한 ‘MRI 청구 건수 및 진료비 내역(2017~2019.8)’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년 대비 진료비가 61.9% 늘었다. MRI 기기 도입 대수 또한 2017년 1496대, 2018년 1553대, 올해 8월 기준 1621대로 점차 증가했다. 2017년에서 2018년까지는 57대가 늘어났고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62대가 늘어났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더라도 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종별에서 MRI 기기 보유 대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특히 2019년에는 한방병원의 보유 대수 증가율이 13%,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유 대수 증가율이 7.5%로 같은 시기 국내 전체 MRI 도입 대수 증가율(4.4%)보다 높았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환자는 MRI 진료를 받을 때 급여화 이전(38만원〜72만원)과 달리 약 8만~26만원 수준의 본인부담비용만 부담하면 된다”며 “이로 인해 가벼운 증상에도 급여화 이전에 비해 MRI 진료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은 MRI 진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의학적 필요성이 부족함을 이유로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진료 시 실제 질환 유무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가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MRI 진료량을 통제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담보를 위해 환자의 비용 부담과 의료기관 보상 수준의 차등화, 병상 공동활용 제도 효과 검토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 MRI 검사 적정성 분석하고 검사범위 축소 재검토까지
이에 보건복지부는 현지확인 등으로 MRI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MRI 의료이용 적정성을 분석하고 검사범위도 재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보장성 확대에 따른 의료이용 및 재정지출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항목별 목표재정을 설정하고 지출 현황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MRI 검사는 상위 4% 다빈도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적정 진료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뇌 MRI 등 의료이용 증가 가능성이 높은 검사 항목은 보장성 확대 시행시 추후 의료이용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보완 및 개선대책을 추진하겠다. 뇌 MRI 검사의 의료이용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완 대책을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이날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충분한 사전준비도 없이 설익은 선심성 정책만 쏟아내더니 기어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특히 정부가 MRI 건강보험 적용 축소 검토를 꺼내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시행 6개월 사이 MRI 촬영은 73만 건에서 150만 건으로 늘었다. 정부 예상보다 50%나 늘어난 것"이라며 “복지부는 관련 진료비가 급증하자 과잉 진료 여부를 심사하겠다며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르면 연내에 검사 대상을 축소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MRI 건강보험 적용은 문재인 케어의 '간판' 정책이었다. 물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방향은 옳았다. 하지만 문 정부는 정부의 재정상태에 대한 고려도 없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밀어붙였던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 역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정부가 생색을 내고 삭감과 급여기준 재검토가 이뤄지면 의사들은 환자들의 민원만 떠안는다. 진료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초래할 수 있다"라며 "무리한 급여화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서 현장과 밀접한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