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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필수의료 대책, 의무복무 아닌 의사가 그 지역에 남고 싶은 환경이 우선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이한희 울산의대 본3

    기사입력시간 2026-03-29 11:23
    최종업데이트 2026-03-29 11: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한희 인턴기자·울산의대 본3] 지난해 12월 지역의사제 관련 법이 통과됐고 올해 3월 시행령을 통해 제도의 구체적 틀이 마련됐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나오게 되며, 이들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사로 근무해야 한다.

    이 정책을 이해하려면 먼저 시행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여러 지방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의료 역시 수도권 쏠림이 뚜렷하다. 그 결과 지방은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인프라 역시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방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사제를 준비하게 됐다.

    지역의사제는 크게 복무형 지역의사와 계약형 지역의사로 나뉜다. 현재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복무형 지역의사다. 계약형 지역의사는 이미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를 대상으로 국가, 지자체, 의료기관이 계약을 맺고 특정 지역에서 5~10년간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당장 지방에 부족한 의료 인력을 보충하기 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반면 복무형 지역의사는 의과대학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 뒤,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형태다. 현재 발표된 정책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에서 지역의사선발전형을 운영할 예정이며, 선발 대상은 해당 의대 소재지 또는 인접 지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이다. 이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에게는 등록금, 교재비, 실습비, 주거비 등이 지원되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조치가 뒤따른다.

    정부가 이 정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 지역·필수·공공의료의 인력 기반을 세우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의사 인력 양성부터 수련, 정주,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주거 지원, 직무 교육, 경력 개발, 교육 및 연구 기회 확대, 지역 국립대병원 수련, 해외 연수 등이 그 예시로 제시된다. 

    한국의 지역 필수의료가 실제로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정부가 이런 제도를 꺼내게 된 배경이다.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정책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분명한 한계도 있어 보인다.

    지역의사제의 가장 큰 문제는 필수의료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의료계가 계속 지적해왔듯 필수의료 분야는 낮은 보상과 높은 소송 위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지역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하는 방식이 비교적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고 위험 부담은 크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젊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결국 저수가 문제를 포함한 구조 개선과 의료소송 부담 완화 같은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더 많은 젊은 의사들이 스스로 필수의료에 들어올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의사가 자발적인 동기를 가지고 지방에서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역 정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 제도는 이름 그대로 의무복무를 전제로 한다. 과연 의사의 충분한 의지와 동기 속에서 환자 진료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지역에 의사를 보낼 수 있겠지만, 단지 의무복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적인 정착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지방 의료의 현실을 보면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환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 지방 국립대병원 사이의 시설과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해당 병원에서 경험하게 되는 환자군의 복잡성과 다양성 역시 차이가 크다. 의사는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진료를 하면서 배우고 수련하고 스스로 전문성을 키워간다. 그런데 지방에서는 이런 성장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지역의료 인프라 자체가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면, 지역의사제만으로는 지방 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제 정책 효과가 가장 취약한 지역까지 미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 계약형 지역의사제 모집에서도 지방 의료기관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여건이 나은 병원으로 인력이 몰린 사례가 있었다. 지역의사제의 취지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읍·면 지역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진료 기반을 제공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무복무 지역의 범위는 시·군·구 단위로 비교적 넓게 설정돼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제도로 선발된 학생들이 정말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미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입시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경기도 구리시, 경기도 남양주시, 인천시 서구처럼 어느 정도 발전한 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점을 보면 제도 취지와 실제 배치 효과 사이에 간극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의사제 자체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지역 필수의료 보완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정부는 지역의료 인프라와 필수의료 보상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의료계 역시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을 억지로 보내는 제도보다 의사가 그 지역에 일하고 남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