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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칼럼] 최석채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이사장·원광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기사입력시간 2021-07-02 00:42
    최종업데이트 2021-07-02 00:4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인간의 삶 가운데에서 큰 기쁨을 주는 것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잘 소화해서 영양소를 충분히 얻은 다음 그 노폐물을 원활이 내보낼 수 있을 때 우리 몸은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동시에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먹으면서 속 쓰림과 소화불량, 복통, 변비, 설사, 복부팽만 등 다양한 위장관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증상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 내시경이나 혈액검사 같은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때 소화기관의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런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만족할 만큼 증상이 쉽게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전세계 6개 대륙 33개국이 참여하는 로마재단의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 현황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이 무려 39%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그림 1, 2). 각 질환별로 살펴보면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기능성설사, 기능성팽만이 각각 4.9%, 4.7%, 12.5%, 5.8%, 2.1%였고 이는 전세계데이터와도 유사한 분포였다. 이런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신체증상 뿐만아니라 정신적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 50% 환자가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무려 19.7%는 1개월 한 번 이상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최석채 등. 전세계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 Gastroenterology 2020
     
    그림 2: 최석채 등. 국내 기능성 위장관 질환별 유병률, Gastroenterology 2020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일반 질환에 비해 어렵고 의사들도 매우 곤란해하는 병인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능성 질환'이라는 것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암이라고 한다면 내시경으로 직접 병변을 보고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CT나 MRI와 같은 방사선적 검사를 통해 영상으로 질환의 유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능성 질환'은 그 질환의 유무나 정확한 진단명을 붙이는 과정 자체가 좀 다르다. 고정된 장기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자체를 파악하고 기능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때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 어떻게 소화가 되는지, 대변은 어떻게 나오는지, 이 과정에서 뇌는 무엇을 느끼는지를 총체적으로 파악을 해야 한다. 즉 단순히 피검사를 잘하거나, 내시경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난치성 증상은 결국 의료적, 경제적,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기능성 소화기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과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한 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위식도역류질환, 기능성소화불량,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와 같은 4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을 다루는 학회로 최고 수준의 학술 교류와 연구를 지향하고, 진료와 보건의료에 관한 최상의 지침을 제시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4대 질환 외에도 장내미생물총이나 소화관 운동 호르몬에 대한 연구, 환자들을 위한 식이 지침 개발, 그리고 식도이완불능증이나 위마비 같은 희귀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도 노력하는 한국 소화기 분야의 중추적인 학회이다. 특히 이 분야의 학문은  진단기준 체계 및 병태생리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 연구 흐름에 맞추어 최신 지식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그 대표적인 활동이 국제적인 학술지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를 운영하면서 아시아 대표학술지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동안 학회가 집중해왔던 연구의 고도화와 세계화를 어느 정도 이룬 지금은 일반 대중과 의료인들에게 기능성 위장관질환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이 또 다른 학회의 의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의료 전문 매체인 메디게이트뉴스와 손을 잡고 '기능성 위장관 질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마련했고, 이 내용이 난치성 질환에 고통받는 환자와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