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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칩 하나에 옮겨놓은 '랩온어칩'

    [기획2] 노을 이동영 & 임찬양 공동대표 인터뷰

    랩온어칩 기술을 활용한 말라리아 진단

    기사입력시간 2017-09-01 12:08
    최종업데이트 2017-09-01 12:20

    [기획]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만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위 의료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만난다.

    (1편) "의료영상 인공지능에 대한 의료수가 인정 필요해" - 뷰노 김현준 전략이사(CSO) 인터뷰
    (2편) "병원을 칩 하나에 옮겨놓은 '랩온어칩' 기술" - 노을 이동영 & 임찬양 공동대표 인터뷰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이 아닌 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해서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저개발국(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실제 이 개념을 도입해 최신 기술을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다름아닌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혈액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는 '노을'이 주인공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최첨단 기술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는 사업을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는 회사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노을은 WHO 등의 가이드라인 외에는 기본적으로 규제가 거의 없는 국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요즘 많은 스타트업들이 겪는 규제로 인한 고민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사진: (왼쪽부터)노을의 공동창업자인 이동영 대표, 임찬양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병원을 칩 하나에 옮겨놓은 '랩온어칩' 기술

    노을이 개발한 말라리아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사람의 손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말라리아 감염 여부를 10분 남짓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병원(혹은 실험실)을 칩 하나에 옮겨 놓은 것을 의미하는 '랩온어칩'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반도체 기술 덕분에 컴퓨터 성능을 휴대폰으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이치다.

    랩온어칩 기술은 이를 채용한 소형 기기 하나가 병원의 진단검사실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오류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하고 어디에서나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노을의 임찬양 공동대표는 "말라리아 진단 건수가 일 년에 8억 건 정도 되고, 말라리아 관련 전세계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3조 원에 달한다"며 "개도국에서는 원조를 통해서 검사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인건비에 많은 비용이 드는데, 랩온어칩 기술이 적용된 기기를 사용하면 관련 비용을 줄여 다른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동영 공동대표는 "혈액을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100년 된 기존의 골드스탠다드 기술의 정확도가 60% 정도 밖에 안되는데, 이는 하루에 약 2백 명의 환자를 수용하다 보면 검사자의 개입으로 인한 오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실험실 환경의 이슈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저개발국의 경우 이러한 환경 탓에 자동화 검사의 필요성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선진국에서 개발하는 고가의 랩온어칩 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개발도상국에 맞춰 가격을 낮춘 기술을 구현하다 보니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을은 임상시험도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 KOICA 프로젝트로 캄보디아에서 IRB 승인을 받아 1만 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동영 대표는 "말라리아는 사람과 모기가 동시에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어떤 지역 마을에 말라리아가 출현하면 해당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약을 처방해 감염질환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증상 없는 환자들도 모니터링하고 감독해야 하는 이슈가 있는데, 이에 대한 솔루션을 노을이 내놓은 것이다"고 밝혔다.


    미션을 바탕으로 고교, 대학 동문 4명이 뭉쳐 창업

    노을은 '기존 기술을 혁신해 저개발국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업 아이디어로 네 명의 고교 및 대학 친구, 선후배가 뭉쳐 설립한 회사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의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를 다녀온 이동영 대표는 랩온어칩기술을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보급하려는 아이디어를 당시 VC로 활동하던 고교 동창 임찬양 대표에게 상의했다.

    투자자로서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이나 제품이 없다는데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임 대표는 이 대표의 아이디어와 미션을 듣고 창업을 제안했고, 둘은 같은 고교친구이자 임 대표의 서울대 전자공학과 동기이자 변호사인 김경환 부대표와 같은 과 후배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신영민 박사를 스카우트했다.
     
    사진: 노을의 미션 ©메디게이트뉴스

    노을은 바이오 분야 박사 6명을 포함, 대부분이 개발자인 총 27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미션(Mission)을 중심으로 출발한 만큼 해당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직원을 뽑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입사 인터뷰를 할 때면 아프리카에 파견해서 일할 수 있을 지를 묻기도 하고, 실제 캄보디아 현장에 실무진을 보내 경험하게 함으로써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도록 자극한다.

    캄보디아 정글을 비롯해 환자가 많은 위험지역에 직접 들어가는 상황이 생기다보니 한 번은 이동영 대표와 프로젝트 대표가 캄보디아에서 댕기열에 걸려 2주 정도 고열을 앓고 다리 근육통으로 2달 정도 걷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고생한 에피소드도 있다.

    사업모델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

    2015년 12월 창업한 노을은 KOICA에서 지원받은 3억 원과 중기청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인 TIPS의 2억 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임직원 및 지인 투자로만 운영하고 있다. 

    그외 복지부와 중기청 등의 국가 과제, KOICA의 과제 등 스타트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30억 원이 넘은 과제를 수주해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동영 대표는 이에 대해 "30여 개의 특허를 취득하고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하고 있고, 인력 수준 자체가 스타트업 레벨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라고 구성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을은 제품 출시가 예상되는 내년에는 좀 더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노을의 미션을 공유할 수 있는 투자자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임찬양 대표의 계획으로는 "말라리아용 혈액진단키트는 내년 초에 출시하고, 마케팅 및 생산 준비를 거친 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는 "현재는 일회용 칩을 많이 파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며, 칩 생산은 이미 자동화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향후에는 플랫폼 빅데이터를 가지고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하는 부분까지도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한다고 했다.

    노을은 저개발국을 대상으로하는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용역을 쓰지 않고 내부적으로 개발·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저개발국 정부를 비롯해 KOICA, NGO 단체 등을 대상으로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로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국가별로 트레이닝센터를 구축해 교육 및 소모품을 공급 하고 소프트웨어도 무선으로 자동 업데이트 및 원격 AS를 적용할 계획이다.


    HIV/AIDS, 간염 등 다양한 감염질환 감별에까지 확대할 계획

    노을이 보유한 기술이 알려지면서 주변 지인들은 지금보다 더 큰 시장인 선진국용 혈액분석기로 개발 및 판매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노을이 개발한 랩온어칩 기반의 말라리아 인공지능(AI) 분석기술 및 진단키트는 분석용 칩만 교환(개발)하면 다른 감염질환의 진단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노을은 말라리아, HIV/AIDS, 간염이라는 세계 3대 질병을 우선순위로 개발하고 이후 전세계 환자 수 20억 명에 달하는 빈혈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각 질병 분야별로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사진: 노을 연구실 ©메디게이트뉴스

    이동영 대표는 "일반 혈액분석도 말라리아 분야 연구를 하다 보니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한 것으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말라리아 분야에서 먼저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질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글로벌로 도약할 기반을 갖추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