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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단체 "세종병원 환자 9명, 신체보호대 탓에 대피하고도 질식사"

    "신체보호대는 최소한으로 사용해야…특별위원회 구성해 재발방지 대책 세울 것"

    기사입력시간 2018-01-31 13:53
    최종업데이트 2018-01-31 14: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는 3층 병실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차오르는 상황에서 구조에 애를 먹었다. 구급대원들은 침대 난간에 묶인 환자들의 로프와 태권도복 띠를 푸는데 환자 1명당 30초에서 1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구조가 지체돼 21명의 환자 전원을 3층에서 대피시켰어도 이중 9명이 질식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31일 병원에서 신체보호대를 사용한 환자들이 세종병원 화재사건 때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6일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사건은 1층 응급실 탈의실 쪽에서 발화가 시작됐고 사망자 39명 등 190명의 사상자를 냈다. 신체보호대는 입원환자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을 때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를 고정하는 물리적 장치나 기구를 말한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이 병원 3층은 중환자실처럼 사용하던 일반병실에 환자 21명이 입원해 있었다. 이중 중 3~4명을 제외한 환자들이 로프나 태권도복띠로 한쪽 손목이 침대 난간에 결박돼 있었다.  

    지난 2014년 5월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참사 때도 노인환자 2명이 신체보호대에 묶인 채로 질식사했다.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 때는 21명이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 후 의료법 시행규칙(제36조 제6항 별표4의2)을 개정해 요양병원에서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마련해 이를 2015년 5월 29일부터 시행했다. 시행규칙은 요양병원에서 신체보호대를 사용하려면 의사 처방이 필수적이고 사전에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신체보호대를 최소 시간동안 사용해야 하며 응급 상황에서 쉽게 풀거나 자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는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75조) 이외 일반병원 환자들에게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때 인권보호 차원의 관련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일반병원은 의료법 시행규칙이나 정신건강복지법상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 규정이 없다. 엄격하게 보면 신체보호대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환자 안전을 명분으로 의사 판단에 따라 신체보호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체보호대 사례를 보면 환자가 무의식중에 수액이나 콧줄을 뽑거나 산소마스크 등과 같은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할 위험이 있을 때 사용한다. 환자가 자해를 할 위험이 있거나 낙상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노인요양병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가장 많은 인권침해는 장시간 신체보호대 사용에 있었다. 인권위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신체보호대를 쓰는 근거를 둔 의료법 시행규칙을 문제 삼았고, 의료법에 무분별한 신체보호대 사용 제한을 담을 것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환자단체는 “신체보호대는 입원 환자의 신체를 직접 결박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인권보호 차원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만 사용해야 한다”라며 “간호나 간병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서 신체보호대 사용을 남용할 우려가 있고 관리감독이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세종병원 환자의 양쪽 손목이 아닌 한쪽 손목만 침대 난간에 결박한 이유가 환자안전을 위해서인지, 간호나 간병 인력이 부족해 관리 편의를 위해서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며 “국회는 일반병원을 포함해 의료법에 환자 인권보호 문제를 포함해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때 준수사항을 규정하는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단체는 이번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 대해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의 복사판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환자들 모두가 화염이 아닌 유독가스로 사망했다”라며 “일부 어르신 환자들은 신체보호대에 묶여 있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병원 사건간 유사점이 많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이어 “당시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이번에 190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며 “제2, 제3의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막으려면 이번에는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미국, 영국 등에서처럼 정부, 전문 학회, 의료계, 시민사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환자단체는 “정부와 국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세종병원 사건을 철저히 끝까지 분석해 더 이상의 화재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라며 “심도 있는 논의와 실효성 있는 재발 대책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환자 안전을 위해 신체보호대가 필요할 때도 많다"며 "무조건적으로 신체보호대를 금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