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K-방역이 잠시나마 성과를 이뤘던 것은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방역당국의 체계적 관리감독과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나선 의료계, 자발적 거리두기와 위생관리에 힘쓴 시민사회, 이 삼각편대의 연대와 공조, 신뢰 덕분이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K방역 삼각편대 공조 역시 지속적으로 가야 하는데, 느닷없이 정부가 '4대악 의료정책(▲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을 들고 나오면서 신뢰와 공조, 연대가 깨져버렸다. 그 과정이 마치 유신시대의 긴급조치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는 28일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온라인 단체행동 셋째날 4대악 의료정책 바로알기 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감염관리 및 정책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이 같이 밝히면서, "정부가 K-방역 공조를 깨놓고, 그 모든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으며, 그 원인을 세계보건기구(WHO)의 초기 미흡한 대응과 미국·중국의 정치적 개입에서 원인을 찾았다.
최 교수는 "코로나19(COVID-19)라는 신종전염병은 아직까지 치료제, 백신이 없어 글로벌 연대와 공조를 통한 방역이 최우선인 감염병"이라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코로나 시작의 당사자였으나, 경제적, 정치적 갈등으로 국제적 공조가 어려워졌고 현재 확진자만 2460만명, 사망자는 84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종식을 독감처럼 관리 가능해질 때라고 본다면, 안전성이 담보된 백신을 개발하고 그것을 전세계 인구 50% 이상이 접종 가능하며 동시에 타미플루 처럼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오는 시점이다. 즉 내년 하반기로 봐야 한다"며 "그 전까지는 정부와 의료계, 시민들이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러 논문에서 국경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효과를 분석했는데, 국경봉쇄 시 급격한 확산을 1~2달 지연시킬 수 있어 그 사이 방역 조치와 시설 보완 등을 추진하면 상당한 효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감염자 발생 속도 커브가 완만해져 의료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발생해 사망자 수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를 미국에 적용하면 지난 5월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6만 5000명에 달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일 전에 시행했다면 1만명 이상의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즉 내년 하반기 전까지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 의료계가 감당할 수준의 감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최 교수 의견이다.
최 교수는 "결국 질본을 중심으로 한 방역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의료계, 시민사회 간 연대와 신뢰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대량진단검사, 접촉자 추적관리 등 어떤 초강수 조치를 내리더라도 이 같은 공조체계 없이는 K-방역이 지켜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현재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지켜온 K-방역 연대를 깨버리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의료계에 막무가내 식으로 '4대악 의료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데, 왜 막무가내식으로 4대악 의료정책을 밀어붙이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유신시대 긴급조치처럼 강제적으로 추진을 하려고 한다. 여기에 맞서 저를 비롯한 의료계 전문가들이 '제발 코로나 종식 후 현안을 논의하자'고 부탁했으나, 정부가 전면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가고 있다"며 "그에 대한 모든 무한책임과 역할도 의료계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현재 2차 대유행 확산 시점에서 K방역 공조체계를 깨뜨린 것 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매우 잘못됐다"면서 "이 모든 문제 원인을 만든 정부가 사과하고, 전향적으로 결자해지 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또한 "지금이라도 질본, 의료계, 시민의 신뢰를 통한 방역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대정원 등 의료계 관련 현안은 모두 코로나 종식 이후에 논의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