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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94.5% "전국의사노조 생기면 즉시 가입할 것"…“의협 중심 투쟁 한계, 노조로 새국면 필요”

    의사, 71.5% 의사노조가 대정부 투쟁과 더불어 협상 등 의협 핵심 기능까지 대신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6-14 19:19
    최종업데이트 2026-06-14 19:19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부회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96.9%에 달하는 의사들이 전국의사노조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전국의사노조가 창설될 경우 가입 의향을 밝힌 비율도 94.5%에 달해, 의사노조에 대한 의사들의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026년 1월 온라인으로 실시한 의사노조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의사노조 정책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전국의사노조 잠재적 조직화 여력 엄청나다

    의사 회원 총 580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은 40대가 49.0%로 가장 많았고, 직역별로는 봉직의가 57.1%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어 교수 20.7%, 개원의 13.3%, 전공의 7.1% 순이었다.

    현재 의사노조에 가입돼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4%(37명)에 불과했다. 반면 의사노조 조직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562명(96.9%)이 동의했다. 

    이에 대해 병의협 정재현 부회장은 “조직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실제 가입률 사이에 약 90%포인트의 격차가 있다”며 “잠재적인 조직화 여력이 매우 크다”고 해석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의사노조 관련 설문조사 결과 요약. 


    직역별로도 노조 필요성은 높게 나타났다. 봉직의 노조 필요성에 동의한 응답자는 88.0%로 가장 많았고, 전공의 노조 78.8%, 교수 노조 70.2%, 개원의 노조 68.8% 순으로 집계됐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층을 중심으로 우선적인 조직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사노조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눈에 띄었다. 응답자의 71.5%는 의사노조가 대정부 투쟁뿐 아니라 수가 협상 등 의협의 핵심 기능까지 대신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순히 병원별 교섭이나 쟁의만 담당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강한 권익단체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대정부 투쟁만 수행하면 된다'는 응답은 17.6%였고, '의협에 맡기고 교섭·쟁의만 하면 된다'는 응답은 10.0%에 그쳤다. 

    정재현 부회장은 "설문 결과는 기존 의협 중심의 대응 방식에 대한 한계 인식과 함께, 보다 조직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서 의사노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노란봉투법 생긴 지금이 의사노조 확대 적기

    병의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금이 의사노조 창설의 최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추진으로 의료계 위기가 심화된 상황에서, 회원 다수가 의사노조의 필요성과 실질적 역할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날 심포지엄에선 교수와 전공의, 봉직의를 넘어 개원의까지 포함하는 전국 단위 의사노조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재성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생긴 지금이 의사노조 확대의 적기다. 개정 내용상,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볼 수 있어, 병원·법인·재단을 폭넓게 사용자로 특정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재성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 발표 모습.


    이어 "현행 법체계에서 개원의를 근로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등으로 인한 경제적 종속성을 근거로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 입법, 의사단체교섭 특례법 제정 등 입법적 해결이 있다면 노조 신설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얼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편의점주 연합회처럼 가맹점주가 본사와 단체교섭을 하는 제도도 있어, 의사·특히 개원의 노조도 법리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협과 의사노조의 관계에 대해선 이원화 투트랙 구조가 적합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재성 변호사는 "의사협회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규정돼 있어 직접 노조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직능단체와 노동조합을 이원 구조로 두고, 재정·정책 지원을 통해 노조를 뒷받침하는 형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급여도 통제 받기 시작…개원의들도 본격 노조 참여 시작해야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위원장 모습.


    이미 의사노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교수와 전공의들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전국 단위 의사노조 신설을 통해 의사들의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김재현 의사노조 위원장은 "전공의, 봉직의, 교수, 개원의가 각자 따로 흩어져 있으면 교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수가 협상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공급자 대표성이 사라진다. 개원의노조도 불법은 아니니 일단 만들고 시작해야 한다. 노조를 통해 지금까지의 제로섬게임 사슬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유청준 위원장은 "정부가 이제 비급여도 본격적으로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의료와 보험 방식, 가격도 통제를 받는데 이젠 개원의들도 노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모든 직역에서 의사 노조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노조 남기원 수석부위원장은 "의사들이 직역별로 흩어져 있으면 경력 이동에 따라 보호가 끊기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큰 틀 안에서 연속적인 보호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수가, 진료비, 업무 기준을 사실상 통제하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공단, 심평원이 의사노조의 협상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전국의사노조 출범은 무소불위한 권력에 맞설 ‘가장 강력하고 정의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갈 새로운 의협에선 정부와의 수가협상단과 건정심 참여 테이블 맨 앞자리에 반드시 의사노조가 공식 주체로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