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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직접 안 봤다면 대리처방도 위법”…법원, 의사 면허정지 1개월 정당

    서울행정법원 “처방전 대리수령 예외도 직접 진찰한 의사가 발급해야…신분·관계 확인 절차도 미준수”

    정신건강의학과 특수성·코로나19 한시 완화 주장 배척…“처방전 작성·교부는 환자 생명·건강권 직결”

    기사입력시간 2026-05-22 10:10
    최종업데이트 2026-05-22 10: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보호자 등 제3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에게 내려진 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의료법상 처방전 대리수령 제도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이는 환자 가족 등이 처방전을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일 뿐 의사의 직접 진찰 원칙까지 완화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특히 대리수령자의 신분과 환자와의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은 전주시 소재 B의원에서 근무하던 의사 A씨가 2022년 11월경 환자 C씨와 D씨가 직접 내원해 진찰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이들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해 E씨에게 교부한 데서 비롯됐다.

    복지부는 A씨가 의료법상 직접 진찰 원칙과 처방전 대리수령 요건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5년 6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C씨와 D씨가 과거 해당 의원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은 이력이 있고, C씨의 경우 E씨가 직계비속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D씨는 E씨와 평소 함께 내원했고 E씨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보호자였다는 점을 들어 대리처방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처방전 발급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리처방이 한시적으로 완화됐고,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은 환자의 직접 내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약물치료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사익을 취한 바가 없고, 기존 처방과 같은 내용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면허정지 처분이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이 처방전 작성·교부와 관련해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할 수 없고,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법 제17조의2 제2항은 예외적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등에 한해 가족 등 대리수령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대리수령자의 신분증, 환자와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 환자 신분증 또는 사본, 처방전 대리수령 신청서 등이 필요하다.

    재판부는 “원고가 C, D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 C, D에게 의료법 제17조의2 제2항 각 호의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E가 원고에게 신분증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대리수령 신청서와 함께 제출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처방전 대리수령 조항의 의미를 엄격히 해석했다. 대리수령 예외는 처방전 교부의 상대방을 환자 본인에서 일정 범위의 가족 등으로 넓힌 것일 뿐,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의사가 반드시 환자를 직접 진찰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17조의2의 신설 취지, 문언, 체계 어디에도 처방전 작성·발급 주체인 의사를 직접 진찰한 경우 이외로 넓히는 것으로 볼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당시 대리처방 한시 완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로나19 당시 취약계층의 감염병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질환에 대해 계속 진료를 받아오면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정책이 시행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 정책 역시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교부해야 한다는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해당 경우에도 대리수령 신청서와 신분·관계 확인 서류 등 의료법 시행규칙상 요건은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데, A씨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환자에 대한 처방전 작성·교부행위는 환자의 생명권 내지 건강권에 직결되는 것”이라며 “의사의 직접 진찰을 전제로 한 처방전 작성·교부는 의료인의 기본의무이므로 그 위반에 대해 엄격히 제재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처방전은 정신질환 관련 약품에 대한 것이어서 오남용 위험성에 더욱 주의했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C씨와 D씨가 해당 의원에서 다른 의료진으로부터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방전 작성·발급에 관한 기본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같은 사실관계로 의료법 위반 혐의 수사를 받았고, 초범이고 위법행위가 1회인 점 등이 고려돼 2025년 4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당초 자격정지 2개월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고려해 이를 1개월로 감경했다.

    재판부는 이 처분이 행정처분 기준에 부합하고,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이 비례원칙에 위배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대리처방과 처방전 대리수령의 허용 범위를 엄격히 확인한 사례로 풀이된다. 법원은 환자의 거동 곤란, 장기간 동일 처방, 대리수령자의 적격성 등 예외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의사의 직접 진찰 원칙은 유지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대리처방 또는 처방전 대리수령을 허용할 경우 환자 상태와 대리수령자 자격, 신분·관계 확인 서류, 신청서 보관 등 절차적 요건을 보다 엄격히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