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1년차 전공의이자 시인으로 활약 중인 김호준씨(사진)의 말이다. 문단에 이름을 올린 지 햇수로 6년째를 맞은 김씨는 약 50편의 작품을 정식으로 출품했다.
20대 초반, 심적으로 불안한 날이 많았던 김씨는 본인의 심경을 짤막한 글들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글이 주는 힘은 실로 위대했다. 머릿속을 말끔히 정리해주고, 온전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했다.
김씨는 "별다른 형식 없이 끄적이기만 했었는데 이것이 얼핏 시처럼 보였다"며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제목을 달아주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시가 되어 결국 본격적으로 시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문학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시 쓰는 일에 더욱 열을 올린 김 씨는 여타 시인들의 시집을 필사하고 문예창작과 교재들을 구해 탐독하면서 시 창작 기술을 스스로 터득해나갔다.
김씨는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전국 의대생 문예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4년 여름 '시와사상'이라는 시 전문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후 2015년 젊은시 12인, 2018년 좋은시 100선 등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씨는 바쁜 수련의 생활 중에도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메모를 하고 휴식시간이나 퇴근 후에 창작을 활동을 꾸준히 병행해나가고 있다. 병원에서 경험한 일상 모두가 김씨의 글감이 되고 있는 것.
김씨는 "작품 활동이 주는 만족감과 정서적인 안정감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살아가야할 미래의 나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며 "'공감'을 토대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시 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대학교병원 신종호 교육수련부장은 "전공의들이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고 또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김 전공의의 작품과 의술이 시너지를 일으켜 효과적으로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듬고 치유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