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게 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위해 공급자단체, 수요자단체, 학회·연구기관 등에 전문가 위원 추천 공문을 보내고 있다.
복지부는 아직 법이 시행되기 전이지만 충분한 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한 위원회 출범이 필요하다며 서두르고 있지만, 복지부가 '전문가 위원'의 명확한 기준 없이 위원 추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급추계위가 정부 입맛에 맞춘 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의료인력 규모를 심의하는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전문가 위원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해당 법의 국회 통과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수급추계위원회의 핵심인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문가 위원'의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보건의료기본법 제23조의2에 따르면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데, 보건의료 공급자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의료법 제52조에 따른 의료기관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에게 위원 추천을 요청해 해당 추천 위원 중 위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는 중앙회도 법정 단체도 아닌 대한전공의협의회에게도 전문가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리며 "정부가 대전협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을 미루어볼 때,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명시된 ‘직종별 단체’를 의료법 제28조에 명시된 중앙회인 대한의사협회가 아니라 그 어떤 의사 단체도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뿐만 아니라 법정단체가 아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에도 추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와 같은 논리라면 간호사 수급 추계에서도 대한간호협회 외 한국간호과학회,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젊은간호사회, 행동하는간호사회 등도 위원 추천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결국 복지부 마음대로 취사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아직 보건의료기본법 하위 법령을 제정하지 않았고, 정확히 대한의사협회 추천 위원은 몇 명인지, 대한병원협회 추천 위원은 몇 명인지 어떻게 위원을 구성할 것인지가 정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빨리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위원을 추천하라며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의협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전문가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의협이 과반의 추천권을 가져야 하며, 여기에 의료기관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법안심사소위 회의 당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러한 의협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설명했으나 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에도 위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장은 "복지부도 국회의원도 왜 거짓말을 하는 건가.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왜곡하고, 정당한 문제 제기를 비난으로 여긴다. 권력 앞에 침묵하고 순응하라는 듯, 대한민국 의료가 침몰하건 말건 조용히 눈앞의 환자만 보라 한다"며 "정부, 국회, 교수, 환자 모두가 젊은 의사들을 버렸다"고 참담함을 전했다.
의료계는 이처럼 수급추계위원회가 과거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의 '거수기' 역할을 했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처럼 전문가 위원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자 대표 단체로서 노조의 자격을 인정해 노조 추천 전문가 위원을 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한다며 이를 대선 공약화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