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환자가 직접 측정한 혈당데이터를 가져왔을 때 의료진은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치료와 상담으로 연결해야 할까. 연속혈당측정(CGM)이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까지 확대되면서 혈당 수치를 실제 진료에 활용하기 위한 판단 기준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혈당데이터는 내분비내과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식사·운동·체중 조절을 상담하는 일선 진료현장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같은 혈당 상승이나 하강이라도 약물과 식사량, 운동, 환자의 대응 방식에 따라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혈당 이상 수치를 발견하는 데서 나아가 약물을 조정할지,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설득할지, 언제 재평가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유승현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CDM 2026)의 CGM위원회 세션에서 ‘The Gap Beyond the AGP’ 강연을 통해 혈당 데이터와 치료 결정 사이의 간극을 설명했다. 유 교수는 2010년부터 CGM을 진료에 활용해왔으며, 임상의사를 거쳐 국민건강보험공단,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제약사에서 각각 CGM을 경험했다.
유승현 교수는 “CGM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보가 저절로 환자의 치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혈당 지표를 임상적 신호로 해석하고, 이를 약물 조정과 생활습관 개선, 추적관리로 연결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활동혈당프로파일(AGP)은 혈당 변동성과 저혈당 위험을 파악하는 데 기여했다. 앞으로는 환자의 혈당 상태가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는지, 치료를 강화하면서 저혈당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AGP는 여러 날 측정한 혈당을 하루 시간대별로 겹쳐 보여주는 보고서다. 식후나 야간 등 어느 시간대에 혈당이 높거나 낮아지는지, 변동 폭은 얼마나 큰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14일 혈당 데이터로 3개월 처방 결정…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유 교수는 CGM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AGP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실제 진료에서 활용하려면 기존 지표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GP는 1987년 자가혈당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루 혈당 패턴을 시각화한 ‘모달 데이(modal day)’ 개념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제조사와 관계없이 공통된 보고 양식을 제공하는 CGM 데이터 해석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혈당이 높거나 낮아지는지, 변동 폭이 얼마나 큰지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의 데이터를 한 장으로 압축하는 만큼, 보고서 하나만으로 환자의 혈당 상태가 이전보다 개선 또는 악화됐는지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혈당이 낮아진 시간대를 확인하더라도 원인과 대응 방법까지 보고서가 알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의료진이 AGP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약 3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4일간의 혈당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3개월의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저혈당이 관찰돼도 약물 용량이 과한지, 식사량이 부족한지, 신기능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라며 "고혈당 역시 식습관 개선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 약제를 추가해야 하는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환자를 교육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비해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 유 교수가 소개한 국내 설문조사에서는 CGM 최초 교육에 평균 약 32분, 추적 교육에 약 22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국내 제2형 당뇨병 진료에서는 전문가용 CGM 판독 수가와 별개로 환자가 직접 구매한 CGM의 데이터 판독이나 추가 교육·상담·추적관리를 지원하는 보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 교수는 "환자 대상 디지털 서비스가 식사에 따른 혈당 반응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반면 제한적인 환경에서 국내 의료진이 이 정보를 어떤 처방과 상담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체계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목표 혈당 달성해도 살펴야 할 것…개선 정도와 저혈당 위험 함께 평가
CGM은 제1형 당뇨병과 인슐린 치료 환자를 중심으로 임상 근거가 축적돼 왔다. 최근에는 인슐린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데이터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6년 진료지침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CGM 활용을 폭넓게 제안했으며, 유럽당뇨병학회(EASD)도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CGM 사용을 조건부로 제안했다.
그는 "비인슐린 치료 환자에서 당화혈색소(HbA1c) 감소 폭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기준으로 제시된 0.4%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삶의 질 개선이 활용근거로 제시됐다"라며 "어떤 환자군에서 효과가 큰지, 생활습관 개선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지, 지속적 사용 대신 주기적 사용으로 충분한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제2형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 CGM을 사용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덱스콤은 비당뇨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 ‘스텔로(Stelo)’의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용자가 확대되면서 기존 치료 목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도 늘고 있다. 유 교수는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Time in Range, TIR)이 70% 이상이라는 치료 목표를 달성했더라도 이를 정상 혈당 상태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혈당이 140~180mg/dL에 머무는 시간도 기존 TIR 목표 범위에는 포함되지만, 정상 혈당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치료 목표 달성 여부뿐 아니라 정상 혈당과의 거리, 변화 방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보완 지표로 엄격한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Time in Tight Range, TITR)과 혈당 위험지수(Glycemia Risk Index, GRI)를 제시했다. GRI는 혈당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상태를 함께 반영한 위험 점수다. 전반적인 혈당 수치가 좋아졌더라도 저혈당 위험까지 줄었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TITR은 혈당이 70~140mg/dL에 머무는 시간을 평가한다. 기존 TIR보다 좁은 범위를 적용해 혈당 상태를 세밀하게 살피고, HbA1c 상승 전에 나타나는 식후 혈당 상승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2만명 이상의 CGM 사용자를 분석한 연구에서 평균 혈당이 140mg/dL 미만으로 낮아지면 TITR이 기존 TIR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라며 "GRI는 고혈당과 저혈당에 가중치를 부여해 위험을 하나의 점수로 나타내는 지표다. 치료 후 혈당 조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더라도 저혈당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사·운동·체중 관리와 연결되는 CGM…조기 개입 가능성과 한계
유 교수는 "정상 혈당과의 거리를 평가하는 접근이 당뇨병 전단계와 초기 제2형 당뇨병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중재와 체중감량, 약물 치료 등을 통해 당뇨병 진행에 개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 연구에서는 생활습관 중재로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58%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DiRECT 연구는 진단 후 수년 이내의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체중감량을 통해 관해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터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 등 인크레틴 기반 약제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당뇨병 진행 억제와 정상 혈당 회복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유 교수는 "조기 개입을 위해 혈당 이상이 나타나는 시점을 더 일찍 포착해야 한다. HbA1c는 일정 기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기 때문에 초기 식후 혈당 상승 등 세밀한 변화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반면 CGM은 HbA1c 변화가 뚜렷해지기 전부터 혈당 이상 패턴을 살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페인의 5년 추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혈당이 140mg/dL를 초과하는 시간이 향후 제2형 당뇨병 발생을 예측하는 지표로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진료에서 CGM을 활용하는 방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식후 혈당이 140mg/dL를 넘는 양상을 환자와 함께 확인하면서 식습관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라며 "환자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식후 활동은 어땠는지 등을 데이터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TIR 변화와 혈당 변동계수(CV), 저혈당 발생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약제를 추가·변경하거나 감량하고, 이전 보고서와 비교해 치료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유 교수는 "다만 CGM은 현재 당뇨병 진단 도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CGM 사용 자체가 당뇨병 발생을 예방한다는 임상적 효과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조기 개입의 효과를 보여준 연구와 CGM 자체의 효과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같은 혈당 패턴도 원인은 달라”…환자에게 묻고 치료 후 다시 확인해야
유 교수는 혈당 지표를 환자의 상황에 맞게 해석한 뒤 실제 치료 행동으로 연결하는 ‘지표→신호→행동’의 틀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혈당 이상이 나타난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 효과와 위험을 비교하며, 치료 조정 후 다시 평가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충분한 CGM 데이터가 확보됐는지 확인하고, 저혈당 시간과 혈당 변동성을 먼저 살핀 뒤 TIR과 TITR, 시간대별 패턴을 평가하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 이후 복용 약물과 저혈당 위험, 이전 보고서와 비교한 변화, 환자의 목표를 함께 고려해 약물 조정과 추적관리 계획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슐린 치료에서는 CGM 데이터를 활용한 용량 조절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지만, 비인슐린 제2형 당뇨병에서는 혈당 패턴에 따라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에 대한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 기존 DATAA 모델이나 전문가 합의문도 패턴 분석과 치료 최적화 방향을 제시하지만, 환자별 약물 조정과 구체적인 행동 계획까지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 교수는 "치료 계획은 환자가 실제로 실천하고 의료진이 다음 진료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어야 한다"라며 “한 번에 하나의 변화, 하나의 지표, 하나의 재평가 날짜가 원칙"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약물 치료를 강화해 TIR이 증가하고 고혈당 시간이 줄었더라도 저혈당 위험이 커졌다면 치료가 좋아졌다고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원인을 확인해 약물 강도를 조정하고, 식사 방법 등 환자가 실천할 행동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직접 질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유 교수가 예시로 든 한 환자는 요가 수업 후 반복적으로 혈당이 떨어졌고, 다른 환자는 혈당 하강 알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간식을 과도하게 먹은 뒤 혈당이 급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드러난 패턴은 달랐지만 두 사례 모두 저혈당과 관련된 문제가 핵심이었다.
유 교수는 “환자에게 CGM 데이터를 함께 보면서 질문하지 않았다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혈당 패턴은 원인을 가리킬 뿐, 실제 약물 용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처방은 의사가 담당하고, 일상과 데이터는 환자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인 확인과 위험 평가,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재평가의 과정은 혈당 데이터를 진료에 활용하는 의료진이 함께 살펴봐야 한다"라며 "환자가 가져온 수치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상의 변화를 확인하고 다음 진료에서 무엇을 평가할지 정하는 과정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CGM 해석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확대되고 있다. 혈당 데이터를 요약하고 식사에 따른 반응을 예측하거나, 이전 보고서와 현재 상태를 비교해 이상 징후를 경고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연구 단계에서는 향후 혈당 변화와 베타세포 기능을 평가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유 교수는 "AI가 혈당 데이터를 잘 요약하는 것과 적절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라며 "AI는 이전 보고서와의 차이를 비교하거나 저혈당 위험을 표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의료진은 복용 약물과 용량, 신기능과 체중, 식사·활동 기록 등을 종합해 처방을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