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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가 일하라고 해도 좋은 간호사 될 수 없는게 현실"

    간호사연대 등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 2차 추모집회 개최

    간호계 "태움, 인력부족 등 구조적 문제 빨리 해결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03-26 08:23
    최종업데이트 2018-03-26 08:23

    사진 : 간호사연대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간호사연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에 대한 2차 추모집회를 24일 개최했다. 이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산재인정·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키로 했으며, 간호계 태움,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신규간호사 고 박선욱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간호사의 유족과 남자친구는 병원의 '태움' 문화가 박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하며, 경찰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송파경찰서는 최근 참고인 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박 간호사에 대한 폭행·모욕·가혹행위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범죄혐의 없이 내사종결 처리했다. 그러자 이들은 "송파경찰서의 발표는 박선욱 간호사를 2번 죽이는 것이라며, 박 간호사의 명예회복과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간호사연대와 간호사회는 "서울아산병원은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경찰과 검찰은 다시 이를 수사해야한다"면서 "박 간호사의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산재인정·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태움과 더불어 간호사 과다업무 등 간호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추모집회에 참석한 간호사 A씨는 "병동근무를 되돌아보면 나는 좋은 선배 간호사가 아니었다"며 "나와 친근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후배 간호사를 사소한 이유로 야단치거나 째려보기도 했으며, 후배가 질문을 하면 이미 알려줬는데 왜 또 물어보냐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한번은 여러 과의 환자를 담당하고, 신규간호사를 교육해야 하는 힘든 날, 나의 앞 근무자가 실수를 한 것을 발견했다. 이미 버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는 퇴근한 간호사에게 전화해 다그치며 보고서를 쓰라고 한 적도 있다"며 "나는 좋은 간호사가 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A씨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가 근무하라고 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2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에게 떠안게 하는 간호계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 한다. 인력을 쥐어짜서 하는 방법은 간호사 태움뿐 아니라 결국 환자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12년 전 간호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참석자 B씨는 "태움은 간호사들에게 늘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14년 전 지방의 한 중소병원에서 일했을 때 간호사 1명이 35명 이상의 입원한 환자를 보며 비어있는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면 뛰어가 응급실 업무까지 봐야했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간호사 부족으로 인해 2교대가 있기도 했고, 그러자 제대로 된 간호를 하지 못해 이에 화가 난 보호자가 칼부림을 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회식 때 의사로부터 성추행이 발생한 사건도 있었고, 여러 어려운 상황들이 늘 있었다"며 "많은 간호사들이 응급사직을 했고, 나 역시 이러한 무기력한 상황이 되풀이되자 여러 번 자살충동을 느끼다 결국 도망치듯 간호사 직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던 중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 밀양 세종병원 화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죽음 등의 소식을 접하면서 견딜 수 없었다"며 "힘들었던 지난 경험은 나만의 일이 아니며, '나도 너였다'는 집회 문구는 모든 간호사의 마음이다. 힘든 환경에서 간호사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간호사들이 목소리를 낼 때"라고 강조했다.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7년째 일하다 얼마 전 일을 그만뒀다는 간호사 C씨는 "병원에서 간호사는 전문가가 아닌 그저 저렴한 값에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하는 인력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외에도 간호사는 환자와 보호자·의사의 폭언과 폭행·성희롱, 응급상황의 스트레스·긴장감 등으로 자꾸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C씨는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간호사에게 병원인증, 신규간호사 교육 등 자꾸 일을 던져준다. 정부가 내놓는 간호사 정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들뿐"이라며 "간호사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를 모아 큰 소리로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