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 교수들이 의료원장, 병원장 임명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단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의료원장과 병원장이 재단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최근 교수들 대상 투표를 거쳐 아주대 총장과 의료원장에게 차기 아주대병원장 후보를 추천했다.
아주대병원장 자리는 현 한상욱 병원장이 9월부로 아주대의료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될 예정이다.
교수회는 이사회의 병원장 임명을 앞두고 지난 7월 11일부터 3일에 걸쳐 의대 보직자(의료원장, 병원장, 의대 학장) 임명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지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보직자 임명 전 교수회 자체 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9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후 교수회는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병원장 후보자 추천을 받았고,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거쳐 2인의 교수를 총장 및 의료원장에 추천했다.
교수회가 추천한 1, 2순위 병원장 후보자는 박준성 교수(혈액종양내과), 임상현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다.
그간 아주대병원장은 교수들 의견 수렴없이 이사회 논의를 통해 결정돼왔다. 이사회로서는 교수회의 추천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지만 투표결과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주의대 교수회 노재성 의장(정신건강의학과)은 “그간 아주대 전체 단과대 중 학장 임명 시 교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단과대는 의대를 포함해 4곳에 불과했다”며 “대학 내 의대 위상과 교수 수를 고려했을 때 주요 보직자에 대해 교수의 의견을 취합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투표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국 6번째 규모의 병원을 이끄는 병원장을 교수들의 의견 수렴 없이 임명하는 일방적 행태를 개선하고 구성원 의사가 반영되는 기관 운영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임기 종료가 도래하는 보직자에 대해 동일한 형태의 의견 수렴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원장이나 병원장 임명 과정에 직간접적 방식으로 참여하려는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은 아주의대에만 한정된 일은 아니다.
서울백병원 폐원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인제대 의과대학은 인제의대 교수노조가 의료원장과 병원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지난해 8월 차기 병원장 임명 과정에서 최초로 병원장 후보자들의 교수들 대상 정견 발표회를 열었다.
이미 보직자 선임 과정에서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해온 곳도 있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의료원 교수 3분의 1이 참여하는 독특한 간선방식을 거쳐 의료원장 후보 2인을 총장에게 추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