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로슈(Roche)가 전문의약품 매출 1위 기업으로 순위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화이자(Pfizer)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매출 하락으로 5위로 내려가고, 비만 치료제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GSK를 제치며 10위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대비 2024년 가장 많은 신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로 꼽혔으며,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그 뒤를 이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예상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빅파마의 주요 성과와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봤다.
블록버스터 17개 보유 로슈, 특히 혈액학 분야서 매출 연평균 14% 전망
먼저 로슈는 주력 제품인 리툭산(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이 바이오시밀러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하고, 후속 제품인 가싸이바(Gazyva, 성분명 오비누투주맙)가 블록버스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혈액암 분야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Hemlibra, 성분명 에미시주맙)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 항체약물접합체(ADC) 폴리비(Polivy, 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에 힘입어 혈액학 분야에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림프종 치료 이중특이항체 룬수미오(Lunsumio, 성분명 모수네투주맙)와 컬럼비(Columvi, 성분명 글로피타맙)가 여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슈가 가지고 있던 블록버스터(10억 달러 이상 매출 예상) 의약품은 2012년 7개였으나 2023년 17개로 늘며 올해 매출은 40억 달러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혈액학 제품 매출은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성장의 상당 부분은 여포성 림프종(FL) 치료제 룬수미오, DLBCL 치료제 컬럼비의 잠재력에 기반한다. 두 제품은 3차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현재 앞단계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 이미 인수한 것 통합하는데 노력…당분간 대형 인수 없을 것
화이자는 2023년 내부 예측이 빗나간데다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로 코로나19로 인한 것이었지만 다른 프로젝트의 상업적 성과, 특히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상업적 운영 성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평가다. 예를들어 지난해 출시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애브리스보(Abrysvo)의 3분기 매출은 3억7500만 달러로 경쟁사인 GSK의 8억600만 달러에 크게 못미쳤고 시장 점유율도 35%에 그쳤다.
하지만 전세계 6억 인구가 화이자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2023년 1위 매출을 유지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장 많은 의약품(신약 9개)를 승인 받으며 높은 연구생산성을 보였다.
현재 40억 달러 수준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미국과 미국 외 시장의 상업 운영을 분리해 영업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을 2023년에 변경한 모든 것들이 실행되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지난해 430억 달러에 인수한 ADC 전문기업 시젠(Seagen)을 활용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다음으로 여러 신약 출시를 앞당기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는 이미 인수한 것을 통합하는데 노력하고 당분간 대형 인수는 피할 것이라 밝혔다.
MSD, 항암제 후보물질로 2030년까지 200억 달러 이상 매출 기대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10위권 약물은 물론 타 면역관문억제제들과 비교했을 때도 키트루다의 예상 매출액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2028년이면 특허절벽을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MSD는 키트루다 특허절벽에 따른 매출 하락 폭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빨리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MSD 롭 데이비스(Rob Davis) CEO는 "우리는 점점 더 2028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2028년은 그저 또 다른 해이고 또 다른 시점일 뿐이다. 우리는 2030~2040년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JPM에서 MSD는 파이프라인에 있는 항암제 후보물질로 2030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로부터 40억 달러에 세 가지 ADC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등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면서 이번 JPM에서는 예상 수치를 2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또한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은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늘며 2024년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 상위 10위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MSD는 항암제와 백신, 심장대사, 동물의약품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을 기대하며 2025년까지 43% 이상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추가된 생산시설과 심혈관 데이터로 비만시장에 적극 뛰어든다
노보 노디스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올해가 더 기대되는 제약사다. 전년 대비 가장 많은 신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기존 매출 10위였던 GSK를 몰아내고 10위권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GLP-1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은 지난해 매출이 50% 상승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당뇨병 치료제가 됐고, 올해는 키트루다에 이어 전체 의약품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치료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젬픽과 주성분이 같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와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매출을 합하면 세마글루티드 제품군의 전체 매출은 280억 달러를 넘어 키트루다 매출을 초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2년간 확장한 제조 시설과 새로운 심혈관 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위고비는 출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수요가 공급을 추월했다. 이에 생산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해왔고, 올해 미국 내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출시 후 수요가 높아 삭센다(Saxenda, 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비슷한 가격대에 보험급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련기사=노보·릴리, GLP-1 비만약 덕에 생산시설 계속 확장…다음 후보물질도 3상 진입]
노보 노디스크는 의사들이 과학과 제품을 이해하는 것이 처방을 움직인다며, 심혈관 결과 연구인 SELECT와 같은 임상시험으로 추가 임상 근거를 축적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비만 시장의 표면만 건드리는 수준으로, 경쟁 제품의 출시로 해당 카테고리의 성장 촉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릴리, 터제파타이드로 수익 크게 증가 기대…외부 혁신 중요성 강조
노보 노디스크에 이어 릴리도 지난해 FDA로부터 GLP-1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승인 받으며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릴리 데이비스 릭스(David Ricks) CEO는 "비만은 엄청난 수요를 고려할 때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한 분야다. 두 회사가 고정된 파이를 두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심혈관 위험,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은 다른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LP-1 분야를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릴리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경쟁자는 노보 노디스크지만 또 다른 잠재적 위협은 M&A를 통해 비만 치료제를 인수하는 빅파마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고 밝혔다.
릴리는 비록 2024년 예상 매출 10위권에 들지 않지만, 향후 매출과 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 전망되는 기업이다. 또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순현재가치(NPV)를 총 R&D 투자 비용과 비교했을 때 릴리는 터제파타이드로 제약업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터제파타이드를 제외해도 업계 평균보다 상단에 있다. 올해 JPM에서는 외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릭스 CEO는 "인수는 단순히 자산이 아니라 사람과 방법론, 더 많은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빅파마가 R%D를 생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훌륭한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하고 의약품 개발에 대한 사고방식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면서 "누군가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면 가격은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120개 이상 후기 임상 진행…2030년까지 신약 15개 출시 목표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한 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를 비롯해 광범위한 종양학 사업에서 임상 및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종양학 부문 매출은 3분기 기준 20%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JPM에서 2030년까지 업계를 선도하는 성장을 달성하고, 5가지 중점 분야에서 각 상위 3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종양학 ▲심혈관/신장/대사질환(CVRM) ▲호흡기 및 면역학(R&I) ▲백신 및 면역요법(V&I)다. 2023년 3분기 기준 120개 이상 임상시험에 걸친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신약을 15개 출시하고자 한다.
단기 목표인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 달성에 대해서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질병 영역 전반에 걸쳐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거래를 체결했다. 중국 라노바(LaNova), KYM 바이오사이언스(KYM Biosciences)와의 계약으로 GPRC5D 표적 ADC와 Claudin 18.2 표적 ADC를 도입한데 이어, 중국 에코진(Eccogene) 경구용 GLP-1 약물을 계약하며 비만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아이코사백스(Icosavax)를 인수하며 또다른 RSV 백신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