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장 김영학 교수는 최근 열린 동병원 빅데이터센터 개소 기념 심포지엄에서 "산‧학‧연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의료 현장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성공적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의료진은 물론 민간 기업과 연구자 등 각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서울의대 백롱민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는 "앞으로 (임상)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서로의 상관 관계(인과 관계)를 밝혀 임상데이터(clinical data)의 대부분이 분자데이터(molecular data) 영역과 겹쳐지는 시대가 되면 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그는 "기존에는 제약업계에 '10억불 들여서 10년 동안 연구하면 그 동안 10%를 신약으로 만든다'는 얘기가 통용됐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시대에는 각각의 질환 세포에 맞는 부티크식의 약 생산(개인화된 제약 산업)이 일반화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백 교수는 병원이 주도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이끌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방청객의 질문에 "가장 먼저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데 투자해야 하며 병원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유승현 건강증진센터장은 "건강보험공단의 'My Health bank'를 통해 본인의 건강검진 결과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밝히며 "앞으로 이러한 검진 결과를 토대로 분석을 제공하는 기업의 서비스를 연계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IBM 왓슨 헬스의 김주희 실장은 "축적되지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이터가 75%에 이른다며 이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이뤄질 수 있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현재의 상황을 "리더가 되느냐 추종자가 되느냐의 기로"에 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발표 중 특히 '인공지능' 대신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빅데이터 기술을 가진 기업인(기업) 혹은 연구인(연구소)을 대상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공개하고 컨테스트를 개최해 그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또 LG전자가 개발하는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관련해서도 임상시험 및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해 말 임상용 고해상 모니터를 출시하고 올해는 X-ray 디텍터를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는 LG전자는 인공지능(AI)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의료 음성인식과 의료 병변인식, 생체신호 인식 기술 개발 및 맞춤형 뷰티서비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병원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한 의료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에 있어서는, 동병원 소속의 박유랑 교수가 다학제 및 산학연 협력체로 임상자료를 시각화하는 오픈 소스 툴을 제공하며 14개국가에서 6억 6천 명의 자료를 모은 OHDSI(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를 소개하며 공통자료모델(CDM) 구축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기관 의료 빅데이터의 분석에 대해 "다기관 연구 수행을 지원하는 데이터 모델인 CDM을 통해 자료 공유 없이 코드 공유만으로 자료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도 컨텐츠 수용력이나 익명화되지 않은 대규모 임상자료의 활용, 표준용어매핑 등에 있어서의 한계와 CDM 변환으로 인한 자료 손실 발생이 있음을 지적하며 메타데이터화, 유전체 빅데이터 연계 플랫폼 구축, 임상자료 비식별화 수행, 표준용어와 더불어 국내 및 병원내 코드 동시 적재 등을 CDM 모델의 개선안으로 내놓았다.
한편,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법제 부분에 있어서는 동병원 소속 유소영 박사가 "건강권 등 개인정보보호권 이외의 권리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유럽과 미국에서 제기된 주장을 소개하며 "규제도 '스몰 데이터' 시대에서 '빅데이터'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체 연구에 있어서 적용되는 생명윤리법 내 인체유래물 연구 및 기증 동의서 제도와 관련해서는, "연구에 대한 동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식별자가 제거된 상태에서 연구자에게 분양돼 개별 연구자의 정밀의료 연구에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계 및 연구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데이터 활용·제공이 가능토록 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연구대상자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기관위원회(IRB) 승인을 거쳐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생명윤리법'이 충돌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의 개인정보법제 개정과 유럽(EU)의 GDPR 개정 사례를 들어 "데이터의 합법적 활용 가능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