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7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포용과 도전' 제18차 조찬세미나에서 '외상센터의 역할'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을 보면 권역외상센터 예산 201억원과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예산 11억원 등 외상 관련 예산이 212억원 늘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예산을 두고 이국종 예산이라고 하면 피눈물이 난다”라며 “늘어난 예산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후와 비교해 현재의 외상센터가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상환자를 살리려면 30분 이내에 닥터헬기 등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30분 이내에 응급수술을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외상센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고 사람들은 외상센터 지원법을 '이국종법'이라고 불렀다.
외상은 추락, 사고 등으로 동시다발적인 사고를 입은 환자를 말한다. 손상중증도점수(Injury Severity Score, ISS)로 신체부위별 손상 점수를 매겨 많이 다친 부위를 계산한 점수가 15점을 초과할 때 중증 외상환자로 분류한다. 외상은 40세 미만 사망원인 1위이자 40~59세 사망원인 2위로 꼽힌다.
하지만 이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은 2012년 복지부가 처음으로 5곳의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할 때 탈락한 경험이 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예산이 늘어나니까 갑자기 수많은 외상 전문가가 나타났다”라며 “국회와 국민이 좋은 취지로 만든 외상센터 예산을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서면서 (외상센터의) 현장까지 오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2013년 추가로 외상센터를 지정할 때 아주대병원이 선정됐지만 그 이후에도 현장은 열악했다. 이 교수는 “복지부가 지원하는 닥터헬기는 야간에 출동하지 않으며 경기도의 지원으로 경기소방본부 헬기를 이용해 겨우 야간 출동을 한다"라며 "(닥터헬기 관계자나 다른 병원들이)이국종 교수만 없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야간 출동을 꺼린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는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로 야간 출동이 싫어서 아주대병원에는 헬기를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라며 “소방 헬기를 타는데 무선 교신이 안된다. 200억원의 예산은 고사하고 몇백만원의 무전기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예방가능 사망률은 35.2%다. 이는 외상 시스템이 잘 갖춰진 미국, 일본 등의 10~20%에 비해 높다. 이 교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외상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라며 "30분 이내 환자를 치료하며 이송하고, 병원 도착 30분이면 수술을 시작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산층들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급한 사고가 날 때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층 환자가 많다”라며 “그들은 전화할 데가 없고 빨리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정책이 현장으로 잘 연결되면 선진국인데 아직은 어려워보인다"라며 "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야간 출동을 계속하고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로 치료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