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의료계를 발칵 뒤집은 '위풍선 제거 내시경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당 재판부가 의사에게 실형을 내린 이유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의 금식했다는 말만 신뢰하고 환자가 몇 시간 전부터 금식했는지, 언제부터 유동식을 섭취했는지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실형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위풍선을 제거했다면 구토와 흡인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면으로 내시경을 시행한 것 자체가 과실이라는 취지의 내용도 판결문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 피고인인 내과 의사 A씨는 1심과 2심에서 금고 1년 실형을 선고 받고,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일부 과실이 인정돼 배상금을 지급한 상태다.
환자가 '아무것도 안 먹었다' 말한 사실 인정되나 위 내용물 확인했어야
1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해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내과 의사인 A씨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환자 B씨에게 위풍선 시술을 시행했다.
이후 B씨는 지속적인 복통과 복부팽만을 호소해 결국 위풍선 제거를 시행하게 됐고, 내시경 시술을 위해 A씨는 환자의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했고, B씨는 금식을 했다고 답해 내시경을 진행했으나 시술 과정에서 음식섭취가 발견돼 내시경은 바로 중단됐다.
그러나 위내시경 과정에서 음식물이 역류하면서 기도가 폐쇄됐고 산소포화도가 50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환자는 119구급대에 의해 2차 병원으로 전원됐는데, 전원 당시 B씨는 기도 이물에 의한 심정지가 발생한 상태였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의사 A씨의 과실을 인정한 결정적 이유는 '정확한 문진이나 검사를 통해 위 내용물의 유무를 확인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위풍선 제거를 위한 내시경 시술 전 위 내용물의 흡인이나 기도 폐쇄를 예방하기 위해 정확한 문진이나 검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A씨는 이런 주의의무를 위반해 위 내용물이 있는 상태에서 수면 위내시경을 시행한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이로 인해 위에 있던 음식물이 역류하면서 기도가 폐쇄돼 B씨가 질식이 발생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통상적으로 위풍선을 제거하기 위한 위내시경 시술은 제거 전 2일 동안 유동식을 섭치하고 제거 12시간 전부턴 금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환자 B씨가 A씨에게 전화통화 당시 '나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B씨가 몇 시간 전부터 금식을 했는지, 언제부터 유동식을 섭취했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사망 원인은 '구토', 환자 의식 있었다면 구토·흡인 가능성 줄었을 것
사법부는 B씨의 사망 원인이 구토와 연관이 깊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면 내시경이 아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위풍선을 제거했다면 구토와 흡인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B씨 위장 들문에서 위장벽의 찢김과 출혈, 급성염증, 위장이 늘아나 있는 상태였다. 위장 파열은 위장의 파열 부위가 식도 위 경계에 가까운 들문과 작은굽이인 점을 감안할 때 위장 팽만, 구토와 관련이 있다"며 "결국 위장 파열로 인한 위장 내용물이 배안 공간을 요염시켜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정촉탁결과를 보면 금식을 하지 않고 음식물이 있는 상태에서 진정제를 투여해 시술을 진행하면 시술 중 구토로 인한 흡인의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위풍선을 제거했다면 구토와 흡인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A씨는 B씨에게 이 사건 시술로 인해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를 했다. 그러나 이외 시술의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A씨가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유족 역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B씨가 직접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한 점, 위 팽만이 심하고 위에 내용물이 있을 경우 구토 가능성이 있어 B씨가 진정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A씨가 위풍선을 제거했더라도 구토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