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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 선택 기준 위험회피>보수와 처우>흥미‧적성…의대 정원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KAMC, 필수의료인력 양성 대책 논의…보상 강화, 의료소송 위험 완화, 공보의 지역 임상실습 교육 제공 방안도 제시

    기사입력시간 2023-11-18 08:54
    최종업데이트 2023-11-18 08:54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대 교수들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에 앞서 원가에 못 미치는 보험수가 개선을 통한 보상 확대, 형사처벌과 높은 의료배상금 등 의료소송의 위험 부담을 해소할 대책을 촉구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위험회피'와 '보수와 처우'를 가장 최우선 순위로 보고 있어 이 부분이 먼저 해결돼야 필수의료 의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거대 논쟁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정책들을 먼저 시행해보자는 차원에서 공보의에게 지역사회 기반 임상실습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1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필수의료인력 양성에서 의과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2층(나루볼룸)에서 'KAMC 연례미팅(KAMC Annual Meeting)'을 열었다,

    한국의료 파행 상징하는 '필수의료' 위기…의사 늘려도 필수‧지역의료 "해결 불가"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는 "필수의료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의료자원이 미용, 성형, 항노화 등 의료 파생 영역으로 집중되는 것과 전통적인 의료행위를 억지로 구별해 지칭할 필요성 때문에 등장한 신조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필수의료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 의료의 파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사실 의료행위 중 필요하지 않은 과는 없다. 마취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등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의료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도 정말 환자 재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있다"며 "따라서 의료를 필수와 비필수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에 대해 "결국 원가에 못 미치는 보험수가를 강제하면서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만드는 건강보험 제도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서 파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정부가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설익은 제도와 정책을 쏟아내며 의료계를 괴롭힌 결과가 현재의 의료 파행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필수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의사 부족 이슈는 근대 국가가 형성될 때부터 나왔던 것으로, 그 어느 나라와 시대도 지역 의사 부족을 해결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유럽도, 미국도 마찬가지고, 19세기 이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교육 연안이 짧은 의사를 만들어 지역에 배치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농촌에서 기초 의료 훈련을 받고 시골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맨발 의사' 제도를 시행해 의사 정원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의사를 양성하면서 자 국민들은 자국의 의료 수준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권 교수는 근본적인 수가 인상을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사 정원이 OECD 평균보다 부족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수가는 OECD 평균 수가의 47%밖에 되지 않는다. OECD 평균의 반도 못 주면서 희생하라는 압박이 의사들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의사들의 전공 선택 동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위험회피>보수와 처우>흥미와 적성>보람 순이다"라며 "사법적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없다면 그 누구도 필수의료를 할 수 없다. 위험을 줄이면서 어느 정도 보수가 수반되고 워라밸이 보장되는 삶이 비필수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회피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권 교수는 "의사에 대한 사법처리는 의료의 불확실성에 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다. 각종 의료사고에 대한 절촤와 제도도 미비하며, 의료사고에서 있어 적절한 감정의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수도권은 건강보험 수가 내 불균형 해소, 지방은 지방정부 재정지원 별도 보상 필요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도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의사 부족이 보상 부족, 의료분쟁 등 의료사고 책임의 문제, 높은 업무강도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서 발생한 것이라며,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규제 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교수는 "원래 공급이 줄면 당연히 수량도 줄고 가격도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필수의료 의사 공급이 줄었는데도 필수의료 가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수가가 고정돼 있기 떄문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다 보니 미충족 의료, 필수의료 부족이 나타났다고 본다. 따라서 절대적, 상대적으로 의사 인건비와 보상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박 교수는 수가 지원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가를 전체적으로 올리면 지방으로 의사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은 건강보험 수가를 통해 건강보험 수가 내 균형성, 건강보험 수가와 비급여 수가 간의 균형성을 통해 전체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지방은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공정책 수가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응급과 야간, 공휴일 보상은 2배 3배로 강화해야 한다"며 "지역은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이 경쟁을 함으로써 긍정적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 역시 "의료분쟁에 대한 의사들의 우려도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하는 원인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필수의료사고 특례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6개월 복무 공보의 중 의대 졸업자 대상으로 전공의 수련해 지역사회 기반 임상실습 교육

    한편, 성균관대 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 최연호 교수는 KAMC 적정의료인력양성정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현 필수의료 위기의 대책으로 현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역사회 기반 임상실습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5년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3년부터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충청, 호남 권역은 전체 합격자의 40%, 강원과 제주 권역은 전체 합격자의 20% 이상을 지역출신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출신 학생 비율은 2018년 44.5%, 2023년 52.4%로 꾸준히 늘고, 최근 6년간 의대 입학한 지역출신 학생은 5000명을 넘어섰다.

    최 교수는 "하지만 지역인재전형 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보니 학생들은 자신이 무슨 전형으로 들어왔는지 이미 잊고 있었다. 결국은 의대 이후 효과적인 커리어 패스 교육을 위한 프레임 워크가 필요하며 졸업 전 지역사회 일차의료에 최대한 노출해 일차의료 전공분야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지역사회 임상 실습은 일부 임상에 국한돼 있고, 소규모이고, 나가도 교수 재량이기 때문에 사실상 파행적인 상태다. 지역사회의학도 예방의학, 의료관리학 영역으로만 배우고 있어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고, 보건소와 보건지소도 교육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교수는 공종보건의사를 대상으로 전공의 수련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요새 학생들은 의대생 때 이미 현역으로 18개월 군복무를 하고 온다. 공보의로 복무하면 36개월을 허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할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023년 8월 기준으로 공보의 의대졸업자는 622명, 인턴수료자 374명, 전문의 438명이다. 최 교수는 의대졸업자 622명에게 가정의학과 수련을 가능하도록 열어주는 방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농어촌 등 보건의 특별조치법 시행규칙' 제16조는 공보의의 수련을 허가하고 있어 매면 12우러 전공의 시험 합격자만 수련허가 신청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면허는 이듬해 1월 국시 이후 발급돼 현실적으로 의대졸업자의 전공의 수련이 불가하다. 또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4조에 따르면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전문과목은 예방의학과와 직업환경의학과로 한정하고 있다.

    최 교수는 "법을 바꿔 공보의 36개월 복무 기간 동안 가정의학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3년제 전공 수련을 가능하도록 하면 분명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공보의 기간 중 가정의학과에 들어와 전공의 과정을 돌게 하면, 보건지소도 가고, 권역응급의료센터도 가고, 거점 의료원과 보건소로도 파견을 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보건소-보건지소로 이어지는 행정체계와 보건복지부-거점 지방의료원으로 이어지는 행정체계를 거점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라는 거대 논쟁보다 작은 한걸음을 먼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