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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학회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한방난임 지원사업' 확대 반대"

    "한방난임치료가 산모·태아에 안전한지 입증하기 위한 철저한 연구 절실"

    기사입력시간 2019-08-15 06:10
    최종업데이트 2019-08-15 07:0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선심성 '한방난임 지원사업' 확대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지속되는 저출산의 시대에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하며 심각한 인구절벽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취약계층 난임부부들을 대상으로 체외수정시술 및 인공수정 등의 시술비 지원을 시행했으며 그 보장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2017년 10월1일부터는 난임시술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자체적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그 중 '한방난임지원사업'은 2009년 대구광역시에서 시작된 이후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시행돼 왔다. 난임을 극복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한방난임지원사업'의 시행과정과 결과들이 보여주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혈세 낭비를 통한 '한방난임사업'이 확대진행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현대의학은 난임치료 영역에서 지난 수 십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1978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킨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는 201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도 1985년 첫 번째 시험관아기 탄생 이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현대의학은 근거중심의학에 기본을 두고 있는데 체외수정시술이나 인공수정을 포함한 보조생식술을 통한 난임 치료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입증된 치료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반면에 한방 난임치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체계적으로 디자인된 대규모의 전향적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소규모의 연구들이거나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조군이 없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연구들을 통해  한방 난임치료의 효용성을 주장하거나 이러한 부실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을 가지고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방난임치료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논문들이 연구방법론에 있어 심사기준이 엄격하고 신뢰도가 높은 저널에 발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보완대체의학 전문 저널에 발표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실제로 다양한 질환에서 보완대체의학관련 연구 45개를 대상으로 연구의 적정성을 평가한 논문에 의하면 고품질의 연구(high validity trial)는 26개였고 이중 2개 (7.7%) 만이 보완대체의학의 효과가 입증된 반면 저품질의 연구 (low validity trial)들에서는 19개 중 11개(57.9%)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한방치료를 포함한 보완대체의학이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나 효용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마찬가지로 한방난임치료도 일부 소규모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수행되지 않은 연구들에서의 좋은 결과만을 가지고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보고된 양질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2018년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IF 51.273)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824명의 환자에서 침술치료가 생아출산율을 높이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전향적 무작위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침술의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 또한 2017년 JAMA에 1000명의 배란장애가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서 시행된 전향적 무작위 연구에서 또한 침술치료가 효과가 없음이 입증된 바도 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JAMA는 환자에게 알리는 소식란(patient page)을 통해 한약 (herbal medication)은 양질의 연구에 의해 검증이 되지 않았고 이로운 효과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2016년 습관성유산 환자에서 한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시행된 체계적 문헌고찰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방법론적으로 연구의 질이 좋지 않아서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양질의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러한 모든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게 기존에 시행된 각 지자체의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결과가 난임여성의 기대 자연임신율 보다도 낮게 나타났다는 것은 과연 한방난임치료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시하게 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한방난임지원사업의 결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한방난임치료는 표준화된 방법이 없어 각 한의원마다 한약의 성분, 복용기간, 침, 뜸 등의 치료방법이 천차만별이다.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치료방법에 대한 선행연구 및 이를 통한 표준치료법 확립이 이뤄져야 하며 이후 표준화된 치료방법을 토대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들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현대의학에서는 임신의 과정에 대하여 수많은 연구들을 토대로 과학적으로 규명을 해왔고 임신의 생리에 대해 많은 이해가 이루어져 왔다. 난임 전문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과대학, 전공의, 전임의를 거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통헤 탄생하게 된다. 한방난임치료를 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생식과정과 관련해 난임 전문의 수준의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밟고 임상에 임하고 있는지, 새롭게 규명되고 있는 생식 과정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한약이 자연산물(natural product)이므로 막연히 안전할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한약이 알러지 반응, 피부질환, 천식, 두통, 어지러움, 초조감, 구강건조, 경련, 피로, 심계항진, 구역, 구토,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간독성이나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들도 보고 되고 있고 다른 약제의 효과를 경감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한약제들이 함유하고 있는 활성 성분들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납, 수은, 비소와 같은 같은 중금속 오염 등도 보고된 바 있어서 임산부 및 임신시도를 하고 있는 여성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고 권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무엇보다도 난임치료과정 및 임신초기에 투여된 한약성분이 태아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확인이 꼭 필요하다. 현재 한방난임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한약제중 WHO의 임부금기품목 및 식약처의 금기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는 실정이다. 인간 및 동물에서 한약재의 독성에 대한 보고들은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며 2012년 Human Reproduction 저널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흔히 처방되는 한약재들조차 생식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한방난임치료가 산모 및 태아에 안전한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연구 또한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난임전문의들이 명심하고 있어야 할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난임부부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매스미디어 등으로부터 얻게 되는 잘못된 정보들을 환자들로부터 떨쳐내며 효과적이지 않은 치료에 매달려 임신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난임 부부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한방난임치료가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는, 또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떨쳐 버리고 근거가 명백한 효과적인 난임치료에 집중해 시대적인 과제인 저출산 극복에 난임치료가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