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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의료 살리겠다는 정부의 '보이스피싱',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장식용 정책일 뿐

    [칼럼]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전 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기사입력시간 2024-02-10 06:27
    최종업데이트 2024-02-10 08:16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의사들의 시위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보이스피싱이 골칫거리인 세상이 됐다. 사회적 매체는 편리함과 함께 무엇이 진실인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엄청난 부작용이 동반됐다.

    정치권은 여, 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매체에서 줄곧 국민만을 바라본다고 외치고 있다. 국민과 사회에 분명 심각한 부작용을 일이킬만 한 약속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들의 구호라면 몇 년 후면 지상의 철도는 모두 지하화하고 국민 모두 집 근처에서 비행기와 기차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낮은 지지율이 감당 불가능한 대통령은 국립대병원을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이용해 직접 출연, 토론없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으로 몇 시간을 기다렸다는 젊은 어머니의 선택적 화면도 제공해 의대정원이 시대적 사명임을 밝혔다. 지구상에 소아과 전문의를 예약도 없이 2~3 시간에 만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는데, 정작 대통령은 이런 나라가 나쁜 나라라고 했다. 
     
    오로지 선거 장악을 목적으로 한 의사와 의료에 대한 관치의료  

    정치인은 국민만을 바라본다는데 실상 국민은 수단의 대상일 뿐, 정치인의 국민을 향한 최종 시선은 권력 장악이 목적이다. 국민이라는 동질성을 갖는 인간의 집합체가 정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고 인간 자체가 목적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전문직 종사자는 정치인과는 다르다. 의사는 국민을 바라봐도 수월성을 바탕으로 인간 자체가 목적임을 내적 가치로 삼고 있다. 정치인과 같이 인간을 다른 목적으로 수단화하지 않는다. 의사는 국민과 사회의 건강을 바라본다. 한 나라의 중심가치가 전문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필수의료 강화 패키지를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맹렬히 달려들고 있다. 의대 정원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것이다. 정작 시급히 처리해야 할 기존의 필수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부터 필요한데, 필수의료 강화 패키지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급조한 허접한 끼워팔기 상품이다.

    정권은 4월 총선을 보고 정치 권력 장악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에 의한 금전적 피해가 사회에 만연하듯 이제 정치권이 보여주는 정책의 보이스피싱도 극에 달한 느낌이다. 현재의 의료문제의 근원은 여,야, 보수, 진보 민생을 추구한다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의사와 의료에 대한 독재적인 관치의 유산이다. 

    2000년대 초 정부는 과도한 의사배출을 걱정해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정원 감축이 필요하고 했다. 관제 연구결과물로 이를 뒷받침했다. 정부의 예측 자체가 틀렸던 것인지, 이를 모르는지 비전문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들의 반대로 정원을 늘리지 못한 것처럼 19년만에 정원확대를 했다며 자화자찬적인 발표를 했다.  
     
    교육이나 근무 환경개선이 필요한 전공이 수련교육, 정부는 오로지 규제와 감독 뿐 

    대통령이 필수의료 강화 패키지에서 스스로 밝힌 불공정 의료보상과 저수가제도 개선의 구호는 비급여의 준급여화를 포장한 것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하향 조치보다는 우선적으로 비정상적으로 낮은 급여 부분이 국민소득과 비례하도록 상향 조정해야 한다.

    전공의 장시간 근무도 정부의 걱정거리라면 36시간 연속근무의 배려가 아닌 OECD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으로 낮춰야 한다. EU국가의 전공의 근무시간은 주당 50시간 정도다. 학생실습과  인턴교육 그리고 전공의교육을 위한 수련환경개선 등 단기간 실현 불가능한 사항들도 언급돼 있다. 현재 복지부가 주관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해산해도 전공의 교육에 별 지장이 없어 보인다.

    현대적 전공의 교육을 제공하는 나라에서 전공의 교육을 위한 전문조직에 복지부 관료가 주도하는 위원회를 운용하는 나라는 없다. 전문직은 정부의 간섭이 아닌 교육이나 근무 환경개선에 대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바라는데 정부 관리는 규제와 감독의 입장이다. 

    필수의료 붕괴 원인인 의료형사범죄화부터 해결해야 

    의료계가 요구했던 면허관리 선진화도 전문직 주도 자율규제와는 정반대 개념으로 둔갑해 정부 주도의 타율 규제로 변질시켜고 있다. 영국, 캐나다의 면허에 관한 사례도 극히 일부를 인용하고 있으나, 정부가 아닌 전문직 주도의 자율규제에 의한 것임은 생략됐고 마치 복지부가 직접 하겠다는 태도다. 

    필수의료의 붕괴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우선 의료형사범죄화에 대한 법조인 교육과 방지를 위한 입법, 그리고 전문직 자율규제가 정착돼야 한다. 보건의료직이 최소 23개인 것을 감안한다면 의학교육이나 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의 공약도 역시 실현 가능성이 엄청나게 낮아 보인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대통령산하 특위에서 한시적 운영으로 로드맵을 짜겠다는데, 전시용 로드맵은 가능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몇 개의 새로운 전문 상설 기구를 만들어도 모자랄 일이다. 

    필수의료 강화 패키지에는 가칭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설치로 실행추진 일정을 짤 것이라는 내용 이외는 구체적이고 전문적 처방은 없다. 교육특위, 교육개혁 위원회 등 정권마다 실패한 특위의 재탕으로 보인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특위가 의대 정원 증가를 위한 화려한 장식용 패키지를 달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보건의료 정책의 실천을 위한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하부구조가 없다. 이런 사안은 전문직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통해야 가능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 강제로 규제화하는 편법에 의존하려는 망상이다. 이는 사안의 복잡성과 전문성을 감안한다면 불가능한 시도로 보인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 졸업생의 수도권 이동 막을 길 없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으로 지역 선발의 의무화를 추진하나 졸업생의 지역 잔류는 다른 문제다. 현재 수도권에 근무하는 의사의 출신 지역을 분석해 보면 지방에서 수도권의 이동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지역 의사를 위해서는 지역 환자가 필요한데 정치가부터 수도권 의료이용에 솔선을 보인다. 지역 필수의사는 일차의료를 위한 인력인지 전문의 인력인지 의료기본계획에 근거한 인력배치가 필요함에도 고려가 없다.

    법으로 정해진 매 5년마다 세워야할 보건의료기본계획도 만들지 못하는 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지속가능한 의료제도를 구축하겠다는 구호는 허공의 메아리다.

    현대적 의료는 팀접근 방식으로 적정 보건의료인이 활동할 무대인 적정한 주민이 있어야 한다. 소수 주민을 위한 전문의 배치로 의료의 기회비용을 날리는 낭비적 요소도 막아야 한다.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의 배치와 인턴, 전공의 교육 그리고 이들의 배치와 활용에 대한 방안은 없어 보인다. 현재도 무의촌 해소를 위해 유의촌에 파견된 공보의나 불필요하게 긴 군의관 복무에 대한 개선책 등이 없다.  

    큰 인심이나 쓰는 듯한 모양의 형사처벌특례적용은 의료분쟁조정법의 강제 참여의 압박 수단으로 변질됐다. 분만 등 불가항력 사고 외에도 다른 분야의 불구나 사망사고도 정부 보상이 필요하다.

    모든 의료기관의 강제 지정 상태에서 건강보험은 왜 의료의 부정적 결과로 나타나는 배상에는 모른 체 하는 것일까? 초저수가의 공공의료보험제도에서 의료분재에 대한 배상에 공공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정책 초보자가 만들어낸 의사인력 증원 장식용 정책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서 배상에 관한 것을 다시 해석해보면 의료분쟁의 해결은 소송 없이도 원만한 합의·조정을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는 낙수 과목으로 갈 곳 없는 의사의 선택이거나 아니면 스스로 붕괴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의사가 충분히 보상받고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번아웃 없이 진료·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의대 교육의 상향 평준화, 그리고 전문의 중심 병원을 통한 수련 여건 개선의 장밋빛 구호는 현재까지 정부의 역할을 보면 분명 보이스피싱이 틀림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패키지는 정책 초보자가 만들어낸 의사인력 증원을 위한 장식용 정책이다. 필수의료를 위해 10조원을 쓴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없다.

    그간 의료 정상화의 지름길이고 핵심인 진찰료 대폭 인상등은 언급이 없다. 세계 최고의 수진율로 만족 못하는 정작 의료거식증에 빠진 정치인이나 의료소비자에 대한 규제는 없고 간단히 본인부담액의 대폭 상향으로 대체하고 있다. 과소비지에게는 급여의 비급여화를 추진하는 아이러니가 되는 것이다.

    늘어난 의사가 지역에서 활동하려면 지역의 필수의료 강화가 필요한데 헬기타고 서울로 응급진료를 받으러 가는 정치인의 솔선수범이나 일차 진료을 위해 수도권의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같은 기형적 의료소비와 전달체계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이런 보이스피싱은 기존의 의사의 국민 기본권을 훼손하는 지독한 악성법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민주화를 이룩한 세력이 구축한 시대착오적이며 유신시대 긴급 조치의 유산인 업무개시행정명령법의 폐기와 해묵은 과제인 비민주적 건정심 구조 개선, 세계 최고 의료분쟁에 관한 형사처벌과 정부 스스로 밝힌 불공정한 보상체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선결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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