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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첩약 급여화 건정심 통과 예정...의료계 "검증 안된 첩약, 한의사 부당 이득일 뿐"

    수가 14만~16만...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개인 임상경험 의존, 한약재 안전성, 복지부-한의협 야합"

    기사입력시간 2020-07-24 07:09
    최종업데이트 2020-07-24 07:29

    7월 3일 건정심 소위원회 전에 열렸던 대한의사협회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촉구 집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한방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은 투명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보건복지부, 공공기관과 특정 직역(대한한의사협회) 간 야합에 의해 구체화됐다. 국민 건강과 국가재정에 큰 영향을 주는 시범사업이라면 의료계와 의약계가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검토하지 않으면 현재처럼 불신과 반목이 계속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연구원은 최근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화 위험성과 한의사의 부당 이득 보장’ 이슈브리핑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시범사업은 사업 근거의 허구성, 위험성 및 수가 등이 한의사만을 위해 과대 중복 산정됐다”라며 “한약재의 조제·유통상 안전 관리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고, 약물상호 작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시범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정부는 투명한 사업 수행을 위해 의료계, (한)약사 및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의약품을 포함한 건강보험 급여화 범위를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2490원▲조제·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만∼16만원 수준이다.

    첩약 급여화는 24일(오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를 거치면 시행이 확정될 계획이다. 의협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건정심 본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검증과 원칙 무시된 첩약 급여화,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주제로 집회를 개최한다. 의협은 전날 의대 정원 증원에 이어 잇따른 정부 정책 강행으로 8월 중 전국의사 총파업을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첩약 급여화 근거 불충분...개인의 임상경험에 따라서만 처방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계는 국민 건강보험공단이 발주한 ‘2018년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와 보건복지부의 ’2017년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실태조사(한국한의약진흥원)‘를 근거로 한의약치료 중 국민들의 열망인 제1순위가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당위성을 도출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공개된 연구보고서 및 실태조사에는 동일 질병 의약품과의 선호도 관련 비교 문항이 없다”라며 “연령대별 대상자 수 등이 공개되지 않는 등 객관적 통계 자료로서 신뢰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GMP 시설에서의 한약재 공급을 한약의 안전성과 첩약 급여의 당연성으로 연계시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했다. 건강기능식품제조와 우수 농산물도 GMP, GAP, HACCP 등을 통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질환에 대한 근거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에서 일명 구안와사로 불리는 안면신경마비 임상진료지침은 2015년 한국한의학연구원, 2016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발했다. 

    연구소는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한약 처방은 근거수준이 불충분(insufficient)하고, 근거중심 의학적 자료가 부족해 근거수준 편익을 판단 내릴 수 없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 활용도가 높아 임상진료지침 개별그룹의 임상적 경험에 근거했을 경우(Good Practice Point: GPP) 한약처방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한약 처방의 근거가 불충분해 한의사 개인의 임상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양환오탕과 같은 일부 한약은 INR(혈액응고)을 0.5 이상 증가 또는 감소시킨다”라며 “환자는 의약품 처방 투약을 포기한 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보증환오탕 복용으로 인한 의료적 치료기회 상실과 생명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경통 임상진료지침은 2017년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단이 개발했으며 권고 처방으로 소복축어탕 등 1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각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는 4종류에서 10종류 이상으로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권고 처방 중 하나인 사물탕에는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등 각 3.75그램으로 구성되는데, 가격이 500그램에 1만8600원~3만원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재료비로 비춰보면 첩약 건강보험 보장 내역상 약재비가 3만2620원 ~ 6만3610원이라는 근거가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의사협회 간 밀실행정의 산물...한약재 안전성에 수가도 과잉 책정 


    연구소는 첩약 건강보험 사업은 보건복지부, 공공기관과 일부 이익단체(한의사협회) 간의 전형적인 밀실 행정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한방의 한 축인 한약사의 참여가 처음부터 소외됐다. 시범사업의 구체적인 결정이 이뤄진 후에야 한약사가 참여했다”라며 “이에 한약사회는 정부와 특정 직능 간의 야합에 의해 수가가 정해진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약재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식물성 한약재의 농약과 중금석 함유도 문제지만, 수입 한약재에 대한 정확한 통계 및 관리가 없다는 문제를 들었다. 동물성 한약재에 대한 관리 기준과 유통·관리도 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행한 2018년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원내탕전실 1만1062개소, 원외탕전실 676개소, 원외공동탕전실은 1만200개소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원외탕전실 한 곳에서 계약하는 곳이 2000곳이 넘는 경우도 있고, 원외탕전실 한약사 일 제조 건수 기준과 제한이 없었다. 

    연구소는 “원외탕전실 시범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한의약진흥원도 이에 대한 대책과 관리 감독 능력의 부재로 인해 조제 과정상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소는 “조제·탕전료는 원내 탕전실 관리 운영료 원외탕전실 인증제도는 2만개소 이상의 공동탕전실과 원내 탕전실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약재 관리료, 조제료, 탕전료, 포장료에 대해서는 정확한 산정 기준이 없고 측정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시범사업 수가 문제도 지적하면서 "시범사업에서 심층변증 방제기술료는 기본 진찰인 사진과 변증에 의한 진단 처방에 불과하다. 방제기술료는 한의사가 진단 처방에 따라 약처방의 일종인 한약재를 절단 및 가감하는 행위이므로 조제행위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방제기술료는 한의사가 아닌 탕전실 관리·운영자인 한약사의 기술료에 포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사는 처방 시 또는 배포 시, 한약사는 한약 배포 시 환자에게 복용상 주의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복용상 주의의무와 관련하여 원내탕전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의 경우 기본진찰료와 조제탕전료가 중복계상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