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심평원에 분할 청구와 삭감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심평원이 제대로 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경찰과 검찰은 지질영양제 분주를 불법 관행으로 보고 주사제 분주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이 사망원인이라며 의료진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라며 "심평원이 지질영양제 분주와 분할청구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심평원을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3번에 걸쳐 심평원에 정보공개 청구, 결과 제대로 공개안돼
연구소는 3차례에 걸쳐 심평원에 지질영양제의 분주 청구와 삭감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연구소는 “지질영양제의 분주가 불법이라면 의료기관이 분주(분할투여) 후 청구하는 대로 심평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정보공개 청구의 배경을 밝혔다.
연구소는 우선 지난 4월 9일 심평원에 지난 5년간 매년 지질영양제 제품별로 출생 월령별로(출생 1개월 이내, 출생 2개월에서 12개월) 분할 청구와 병 단위 청구를 구분한 지질영양제 청구와 삭감현황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연구소가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한 목록은 청구건수, 청구금액, 삭감건수, 삭감금액, 삭감사유별(폐기사유 미소명, 증량청구, 1주 2병 이상 청구 등) 건수와 금액 등이다.
그러나 심평원으로부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3호, 제7호, 제8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3호는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말한다. 제7호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다. 제8호는 공개될 경우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심평원이 제시한 법 조항은 비공개 결정의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해당 법률 조항대로 제품명 공개가 법인, 단체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면 제품명을 이니셜로 처리해서라도 공개해달라”고 다시 한 번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후 심평원이 추가로 공개한 자료 역시 분할청구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도록 자료를 가공해서 공개했다.
연구소는 “한 제품의 경우 청구 건당 금액이 12만원이 나오는데, 지질영양제 1병에 12만원 하는 제품은 없다”라며 “의료기관이 주별 또는 월별로 청구한 것을 하나의 청구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품명도 연번으로 처리해서 지질영양제를 특정할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심평원은 '병과 분할단위는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청구하는 요양급여비용 명세서만으로는 구분이 명확치 않아 산출이 곤란하다고 했다. 제품별 건강보험인정금액의 구체적 조정사유는 경영상 정보에 해당된다는 점을 양지해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연구소는 “2013년도 7번 제품의 경우(상단 표) 같은 용량의 같은 제품이지만 28일 이하에서는 청구건당 금액이 8000원이었다. 29일 이상에서는 5000원이었다”라며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긴 것을 보면 분할청구를 인정한 정황은 분명히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소는 “심평원에 분할투여가 아니라 분할 ‘청구’ 현황을 요청했다. 하지만 분할투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심평원이 자료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삭감 사유가 심평원의 경영상 정보라는 변명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5년간 삭감건수 0.1%, 의료기관이 삭감기준에 따랐을 가능성 제기
앞서 심평원은 올해 1월 15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질영양제 스모프리피드주는 일부 용량 사용과 잔여량 폐기 후 1병(bottle) 전체를 청구하더라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구소는 “심평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삭감사례가 꽤 있었다. 심평원은 지난 5년간 10세 미만 환아에서 청구건수 6만6346건, 청구금액 43억4787만원의 지질영양제 청구 중 0.1%에 해당하는 67건(411만원)를 삭감했다”고 했다.
삭감건수와 삭감률은 2013년에 제일 높았다. 연구소는 “2013년에 0.32%에 달하던 삭감률이 2017년 0.02%로 대폭 감소하고 있다. 이는 2013년 이전에는 지질영양제 삭감이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삭감률이 감소한 것은 의료기관이 삭감을 피하기 위해 심평원의 심사지침에 맞춰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소는 “1세 미만 군의 청구액이 10세 미만 군 전체의 83%를 차지했으나, 삭감액은 9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세 미만 영유아 환아에서 지질영양제 삭감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심평원이 현실에 맞지 않는 심사기준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결론적으로 "심평원은 지질영양제 분주와 분할청구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심평원을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될 것을 우려해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평원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목적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