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안과의사회가 안구 기증 활성화를 위해 사망자의 안구 적출을 의사가 아닌 인력에게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구 적출은 의학적 지식과 수술적 숙련이 필요한 전문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대한안과의사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안구 적출은 의학적 지식과 수술적 숙련이 필요한 의료행위이며, 의사가 수행하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안구 기증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적출 의사 부족 가능성을 거론하며 "돌아가신 분이기 때문에 (안구 적출을) 꼭 의사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관련 법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에 안과의사회는 사망자의 안구를 적출하는 행위는 이식의료의 출발점이라고 반박했다.
의사회는 "안구 적출은 기증자의 조직을 다른 환자의 시력 회복에 쓸 수 있도록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적출 과정에서 조직이 손상되거나 오염되면 이식편을 쓸 수 없게 되거나 이식 수술의 결과가 나빠진다"고 했다.
이어 “사망한 사람에게 시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건 적출에서 이식까지 이어지는 이식의료의 연속성을 간과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또 “안구와 안와 구조에 대한 이해, 무균적, 조작,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술기와 적절한 보존이 필요하다”며 “기증자의 병력과 감염 위험을 평가하고, 적출 중 발견되는 이상 소견을 판단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증자의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유족에게 예우를 다하는 것은 기증의 숭고한 뜻을 받드는 의료진의 중요한 책무"라며 "안구 적출을 단순한 기술 업무로 취급하거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진료지원인력 등 의사가 아닌 인력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비의사 적출 허용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회는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전문교육을 받은 비의사 인력이 안구나 각막 조직을 채취하지만, 이는 별도의 교육과 자격 인증, 역량평가, 표준절차와 품질관리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며 "이러한 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사례만 들어 안구 적출을 비의료행위로 규정하거나 다른 직역의 업무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내 안구 기증 실적이 저조한 데 대해서는 "희망등록자 대비 실제 기증이 0.1~0.2%에 그치는 원인이 적출 의사의 부족에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며 "기증 의사 확인, 의료기관 의뢰, 유족 상담과 동의, 적출팀 출동, 조직 보존과 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어디서 기증이 중단되는지를 먼저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사회는 ▲안구 적출에 대한 전문적 의료행위 인정 및 의사 수행 원칙 유지 ▲안과의사회 참여 권역별 적출 협력체계 및 야간∙휴일 대응 체계 구축과 필요 인력∙비용 지원 ▲호스피스∙임종기 진료기관, 장기구득기관, 안은행과 이식의료기관 연계 강화 및 기증 증단 원인 점검 ▲안구 적출 인력 업무범위 변경 논의에 안과계 검토 반영 및 환자안전∙기증자 예우 최우선 기준 설정 등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기증자의 숭고한 뜻은 안전한 적출과 성공적 이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의사회는 안구 기증 활성화에 적극 협력하되, 이를 이유로 안구 적출의 전문성과 의사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정책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